'건축계 노벨상' 받은 인도 건축가, "그냥 집이란 건 없다"
이은주 입력 2018.03.08. 17:28 수정 2018.03.08. 20:19
인도 저소득층 위한 주택단지 개발 등 대표작
도쉬 "집 자체가 삶을 바꿀 수 있다"
9명으로 구성된 프리츠커상 심사위원단은 "도쉬의 건축은 화려하거나 유행에 좌우되지 않고 진지하다"며 "그는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열망과 깊은 책임감으로 공공 기관과 교육·문화 시설, 주택 등 다양한 건축물을 설계하며 높은 퀄리티와 진정성이 담긴 건축을 추구해왔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단은 또 "도쉬는 건축물이 자리하는 사회·환경·경제 맥락을 깊이 이해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왔다. 덕분에 그의 건축은 지속성(sustainability)까지 갖췄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이번 수상은 저의 스승 르 코르뷔지에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며 "그의 가르침은 저로 하여금 인도 건축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질문하게 했으며, 지역민에 맞는 주택을 설계하며 현대적인 표현을 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도쉬는 현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1887~1965)와 루이스 칸(1901~1974)으로부터 받은 영향을 현지 환경과 감성과 맞게 독자적으로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27년 인도 마하라슈트라 주 푸네에서 2대에 걸쳐 가구 제조업을 해온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뭄바이대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도쉬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프로젝트로 꼽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의 설계 스튜디오인 '산가스'(1980)다. 이곳은 자연광이 잘 들어오고, 지역 특유의 더운 날씨를 식히기 위해 입구 주변엔 물가도 조성돼 있다. 재료의 60% 이상은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을 썼으며, 이 지역의 장인이 직접 만든 타일로 마감됐다. 세계적인 건축 평론가 윌리엄 J R 커티스는 "서로 다른 규모의 공간이 하나로 완성된 이 스튜디오는 하나의 실험적인 예술 작품이 됐다. 길 가던 농부와 지역 노동자들조차 이곳을 찾아 쉬면서 이 건물을 즐겨 감상한다"고 쓴 바 있다.
전봉희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2015년 프라이 오토에게 프리츠커상을 준 데 이어 90대의 건축가를 선정한 것은 프리츠커상이 생애에 걸친 작업 전체에 대한 평가에 무게 중심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또 "최근의 수상자 면면을 보면 요즘 다핵화되어가는 세계의 지역성 특성을 인정하고, 건축의 공공적 성격을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더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2013년 수상자인 중국 건축가 왕슈가 지역성에 기반을 둔 '토종 건축'으로 주목받았다면, 2014년 수상자인 일본 건축가 반 시게루는 '재난 건축가', 2015년 수상자인 오토 프라이는 '생태 건축가', 2016년 수상자인 칠레의 알레한드로 아라베나는 '사회 참여 건축가' 등으로 불린다. 지난해 역시 스페인 카탈루냐에서 30여년간 지역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협업해온 무명의 스페인 건축가 3인조가 수상했다. 휴머니티에 방점을 찍고 사회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해온 건축가를 발굴하겠다는 재단 측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올해 시상식은 오는 5월 캐나다 토론토의 아가칸 뮤지엄에서 열리며, 도쉬는 이번 수상으로 상금 10만 달러(약 1억1000만 원)와 청동 메달을 받는다. 프리츠커상 수상자는 미국이 8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일본 6명, 영국 4명 등이다.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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