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아름다운 사람

가보고싶은 곳,'동반북스'~

나나수키 2018. 2. 6. 10:37

애니멀피플인간과동물

책방을 선물하고 개는 떠났다

등록 :2018-02-06 08:59수정 :2018-02-06 10:06

 

[애니멀피플] 반려동물 서점 ‘동반북스’ 이야기
의정부 오래된 골목에 깃든 아담한 책방
아픈 개 ‘달래’ 돌보며 정보 목말랐던 경험
양질의 동물책 모아 책방 차리게 했다
동반북스 심선화 대표가 카운터에 서서 일을 하고 있다. 고양이 ‘둥이’는 늘 책방 일에 참견한다.
동반북스 심선화 대표가 카운터에 서서 일을 하고 있다. 고양이 ‘둥이’는 늘 책방 일에 참견한다.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에 있는 작은 책방 ‘동반북스’는 동물을 주제로 한 책만 파는 곳이다. 책이 놓인 매대를 찬찬히 살펴보면 반려동물 행동학부터 훈련 등을 다룬 실용서와 에세이부터 과학, 환경 관련 서적까지 한국 출판시장에 ‘동물책'이 이리 많았나 싶다. 책방을 연 지 일곱 달이 됐는데, 벌써 멀리 양평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이 있을 정도다. 동반북스가 깃든 골목은 학교와 주택이 모여있는 조용하고 오래된 동네에 있다. 작은 골목에서 동물책만 팔아서 승부를 볼 수 있을까. 지난 1월31일 ‘애니멀피플’이 동반북스 심선화 대표를 만났다.

심 대표에게 책방의 시작을 물으면 눈시울부터 붉어진다. 떠난 지 오래지 않은 반려견 달래는 이 책방을 시작하게 한 이유 중 하나다. 2016년 13살이었던 달래는 림프종 진단을 받았다. 수의사는 달래의 보호자였던 그에게 “항암치료 안 하면 두세 달, 항암치료 하면 일년 이상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청천벽력 같은 시한부 판정에 그는 달래와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보내기로 결정했다. 일주일에 한번씩 집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병원에 가서 항암 치료를 받아야 했다. 달래와 병원에 다니면서 그는 직장을 그만뒀다. 일년 내내 일주일에 한번씩 개와 병원에 간다고 휴가를 낼 처지가 못됐다. 딱 일년, 달래는 병원 진단만큼 버티다 세상을 떠났다.

병간호를 하는 동안 답답한 순간이 많았다. 우선 심 대표는 10년이 넘게 개를 키우면서도 개가 암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림프종을 진단받은 다음에도 원하는 정보를 얻기 쉽지 않았다. 아픈 동물에게 좋은 음식은 무엇이 있을까,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을까 알고 싶었지만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책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발견해도 이미 절판이 되었거나 다른 책처럼 흔하게 구하기가 어려웠다.

“지금 당장 달래를 도와줄 수 있는 책방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팠다. 어릴 적 지금 책방이 자리잡은 동네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기억이 있는 심 대표는 가게 자리를 알아보러 십수년 만에 이곳을 다시 찾았다. 골목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태평하게 그루밍을 하는 모습을 보고, ‘여기다’라는 느낌이 왔다. 책방을 열고 석 달이 지나 달래는 숨을 거뒀지만 책방은 달래의 유산처럼 남았다.

손님들은 책방을 찾아서 때로 동물 상담을 하기도 한다. 키우는 개가 아픈데 어떤 병원이 좋냐는 질문부터 반려묘의 마음을 도통 모르겠다는 푸념까지. 동물책을 매개로 사람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하며 모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동물에 관한 그림 전시를 하고 바자회를 열면 책방은 평소보다 더 북적였다. 올해도 벌써 5월까지 라인업이 마련돼 있다. 사진전, 고양이 그림책 원화전, 동물을 주제로 작업을 하는 동네 예술가의 작품전 등 크고작은 이벤트가 기다린다.

동반북스에서 전시·판매 중인 동물 관련 그림, 엽서 등 제품들.
동반북스에서 전시·판매 중인 동물 관련 그림, 엽서 등 제품들.
판매되는 책의 10%는 동물단체를 후원하는 데 쓰인다. 현재는 동물보호단체 ‘카라’ 보호소에 있는 개 ‘샤이’를 후원한다. 책 구매자들이 동물의 ‘대부모’가 되는 셈이다. 샤이는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던 시 보호소에서 구조된 개다. 보호소의 수많은 개 중에 유독 심대표의 마음에 그 아이가 꽂혔다.“좋은 가정에 입양이 안되면 최종적으로 제가 그 아이를 입양할 수 있을 거라는 걸 염두에 두고 샤이를 후원하기 시작했어요. 지정 후원이지만 후원금이 샤이만을 위해 쓰이지는 않고 보호소 다른 동물들을 돌보는 데 쓰여요.”

동반북스 지킴이가 될 뻔했던 달래의 빈 자리는 근처에서 밥 얻어먹던 길고양이인 ‘둥이’가 채웠다. 바로 옆 애견 미용숍에서 ‘업둥이’로 지내다 동반북스가 마음에 들었는지 제가 알아서 이사를 왔다. 둥이는 고요한 책방에서 낮 시간 대부분 잠을 자지만, 가끔 사료값이라도 하는 듯 책방 주변을 정찰하고 돌아와 “야옹”하고 보고하기도 한다.

심 대표에게 책방을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손님을 물으니 경기도 일산에서 온 한 가족이었다고 했다. “아이가 동물을 키우고 싶은데, 어떡하면 좋을까 가족끼리 의논을 하다 그럼 일단 동물에 대해 알아보자고 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했어요. 아이가 동물을 기르고 싶다고 하면 펫숍부터 가보는 경우가 많잖아요. 몇 시간을 책방서 머물며 한참 책을 보고 이야기하다가 돌아갔어요.”

심대표는 그런 손님을 만날 때면, 이 일을 오래할 수 있겠다는 작은 희망을 느낀다. 머리가 하얗게 새어서도 책방을 지키는 우아한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점점 단단해진다.

의정부/ 글·사진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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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animalpeople/human_animal/830989.html#csidx8adc5251c230389b9b6ce7965127b0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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