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인터뷰

한 알 소금에 응답하는 소금들

나나수키 2016. 8. 12. 17:05

‘망한 변호사’ 스토리 펀딩 하룻만에 후원금 7천만원!

등록 :2016-08-12 15:04수정 :2016-08-12 15:14

     

“살dkfk,정의가 살아있는 것을 보고 싶다” 시민들의 바람의 결과
‘잘 나가는 재심 변호사’에서 스스로 ‘망한 변호사’임을 고백하고 스토리 펀딩에 나선 박준영(43) 변호사에게 하루 사이에 7천만원의 후원금이 국·내외에서 쏟아졌다. 포털 다음에서 스토리 펀딩이 개시되고 지난 2년여 동안 하루에 5천만원 이상의 후원금이 몰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변호사는 “우리 사회의 온정과 정의가 살아 있기를 기대하는 평범한 소금들의 바람”이라고 했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 박 변호사의 스토리 펀딩 글이 오른 것은 11일 오후 3시였다. 스토리 펀딩은 포털에 박 변호사의 삶과 공익변호사로서의 활동에 관한 글이 오르면 이를 읽고 공감한 독자들이 자발적으로 후원금을 내는 방식이다. <하나도 거룩하지 않은 ‘파산’ 변호사>라는 제목의 글은 박 변호사를 그동안 옆에서 지켜본 저널리스트 박상규씨가 1회분용으로 쓴 것으로, 삼례 나라슈퍼 재심 청구 사건을 놓고 법정 안팎에서 피해자들과 함께 고군분투하는 박 변호사의 모습을 그려냈다.

박 변호사의 삶과 공익적 활동 내용이 스토리 펀딩에 오르자 독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독자들이 이날 자정까지 스토리 펀딩에 참여해 낸 후원금은 당일에만 5500만원을 뛰어 넘었다. 만 하루를 앞둔 12일 오후 2시께 후원금은 모두 1800여명이 참가해 7023만여원을 기록했다. 애초 올해 11월11일까지 93일 동안 매주 1편씩 13편의 글을 올려서 1억원을 목표로 진행하려던 스토리 펀딩의 후원금 목표액 중 70%가 불과 하루가 지나기 전에 채워졌다.

스토리 펀딩을 주관하는 다음 카카오 쪽도 놀라기는 마찬가지다.

다음 카카오 쪽의 설명을 종합하면, 다음 포탈에 스토리 펀딩이 개시된 것은 2014년 9월로, 그동안 하루 첫날 후원액수가 3천만원을 넘은 것은 2건으로, <한겨레>가 주관한 영화 제작 비용 모으기인 <귀향 프로젝트>에 첫날 3900만원이 후원됐고 다음으로 <뉴스타파>에서 주관한 영화 <자백>의 상영을 위한 프로젝트 후원에 첫날 3300만원이 몰린 것이 최고였다.

다음 쪽 관계자는 “보통 전날 자정부터 스토리 펀딩 글이 올라오는 반면 박 변호사의 글은 오후 3시 올랐다. 불과 반나절 만에 후원금이 5천만원을 넘겼다는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우리도 놀랐다. 그 만큼 박 변호사의 삶과 공익적인 변호사 활동에 많은 분들이 지지 의사를 보낸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열광적인 응원에 대해 박 변호사는 “저도 이렇게 뜨겁게 호응해주실 줄 몰랐다”고 말했다. 스토리 펀딩이 시작된 11일 오후 전북 전주의 한 방송국에서 인터뷰한 뒤 이날 밤 수원으로 올라온 그는 시민들의 응원에 감격해한 모습이었다.

다음은 12일 박 변호사와의 전화 일문일답이다.

-오늘 시민들의 후원이 1억원을 넘을 것 같다.

=저도 놀랬다. 제가 어떤 기관이나 가령 3만여명의 회원을 지닌 <뉴스타파> 처럼 어디 단체에 소속된 회원도 아니고, 그렇다고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한 것도 아닌데….

-시민들이 이렇게 뜨겁게 후원하는 이유는 뭐로 보나.

=<한겨레>에서 10일 ‘망한 변호사가 스토리 펀딩에 나선 이유’라는 기사(<한겨레>8월10일치 11면)가 실린 뒤 시민들로부터 많은 격려의 말씀을 들었다. 말레이시아에서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겠냐고 문의 메일을 보내오시는 분들도 계셨다. 너무 고맙다. 아무래도 최근 너무 변호사들이 많이 무너지고 있지 않나. (검사장이나 판사 출신 등 수십억대 수임료 등의 전관비리가 드러난)문제 있는 변호사들이 많은 우리 사회에서 그에 대한 반작용이랄까, 가령 정의에 대한 기대감 같은 것이 아닐까. 그런 흐름과 바람이 있는 것 같다.

-박 변호사의 삶에 대한 시민들의 격려와 기대도 큰 것 같다.

=그냥 평온했을 때의 스토리 펀딩 보다는 앞에서 말씀 드린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내게)반작용 헤택이 큰 것 같다. 다만 이런 추세와 바람에 깃든 것은 아무리 세상이 어둡고 정의가 사라진다 해도, 시민들이 자신과 별 다른 것이 없는, 거룩하지 않은채 평범하고 보통의 어떤 사람이 이런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응원이라고 본다. (시민들이 저에게)반드시 살아라. 그래서 우리 사회의 온정과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고 싶다. 그것을 시민들도 확인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한다.

수원역 노숙소녀 살인사건 무죄 판결을 비롯해 최근 삼례 나라슈퍼 강도사건의 재심 결정 등에 이르기까지 ‘국내 최고의 재심 변호사’로 이름을 얻은 박 변호사는 지난 9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완전히 망했으며 공익변호사로서의 활동을 지속 하기 위해서는 일단 살아야가 하고 이를 위해 스토리 펀딩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변호사의 페이스 북과 스토리 펀딩의 후원글에는 ‘소금’이라는 표현이 많다?

=그 말은 내가 처음 쓴 말이 아니다. <한겨레> 토요판과의 인터뷰 당시 이진순 선생께서 붙여주신 말이다. 당시 인터뷰 말미에 이 선생님께서 “‘침묵하지 말자’고 박준영은 말한다.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잘난 사람들의 호령이 아니라 작고 왜소한 사람들의 작은 목소리라고, 특별히 거룩하진 않으나 세상을 지키는 소금들의 힘이라고”고 하셨다.

-당신에게 그 소금이란 어떤 의미인가?

=세상에서 세상을 좋게하는데 있어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자는 의미다. 권력을 지닌 사람이 아니라 소시민이 하는 것이다. 소금은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지 않나. 동시에 맛을 내는 유용한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모든 이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가령 보석이라면 귀하고 그래서 가치가 있다지만, 소금은 흔하지만 때론 보석 보다 더한 가치가 있지 않나. 나도, 저를 격려하고 후원해주시는 시민분들도 모두가 소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