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죽비

[스크랩] 사랑하는 반동방, 이젠 안녕.

나나수키 2012. 11. 13. 23:19

마지막 인사를 당신에게 합니다.

 

작년 이맘때즈음, 님이 제게 통화를 원하셔 반동방분들 중 처음으로 통화하게 되었죠. 무언가 이런저런 이야길 하시다가 갑자기 00님 얘기를 꺼내며 "그사람은 개장수가 맞아요. 새끼 빼서 팔아먹는 아주 나쁜인간이예요" 하시며 갑자기 화를 버럭내시며 많은 이야길 하셨죠. 그후로도 문자로 계속 저는 그 이야길 들어야했습니다.

 

결국은 전 들리는 말로만으론 아무것도 믿지 않는 성격이며 만일 그분이 개장수라고 하더라도 그런 개장수가 대한민국에 많았으면 한다고 말씀드리며 더이상은 그런 얘길 듣고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후로 당신은 제게 문자를 하는 일은 없었죠. 전 그저 나이드신 아주머님이시라 남의 말하는걸 좋아하시나보다했고 동물사랑과는 별개로 100%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까.. 하고 잊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신이 열성적으로 반동방 활동을 하며 너무 많은 아이들을 구조하고 너무나 많은 아이들을 홍보조차없이 입양을 보내는 걸 보고 '정말 대단하신 분이구나..' 하며 경탄했고 지난 연말 입양보낸 아이를 몇번이나 파양당하면서 속을 끓이며 시간을 보낼때 이분 정말 대단하구나.. 하고 저의 존경심은 극에 달했습니다.

 

당신이 수 많은 반동방 초보캣맘님들의 질문에 엘라이신, 비오비타, 설탕탄 보릿물을 안내하실때 저는 고양이에 대한 공부를 끝없이 하던 때였지만 그것이 아니라고는 토달지 못하겠어서 속앓이를 한적도 있었죠. 감히 10년 캣맘께 토를 달다니요.. 그 당시엔 생각조차 할수도 없던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그때 토달고 참견하지 않은게 그렇게 후회가 될수 없습니다. 내가 묵인한 사이에 많은 아이들을 잃게된건 아닌가 하는 죄책감 마저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 많은 아이들을 어떻게 입양보냈을까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또, 생각해보니 그분을 개장수라고 그렇게 열변을 토하던 분이 한번이든 반번이든 교배를 하고 분양을 보낸게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란걸.. 정말로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는건 아니란걸.. 알았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수 많은 루머에 희생되어 사라져간 00누나, 또 엄청난 뒷담화에 견디지 못해 떠나간 00형0.. 제겐 너무나 아픈 사람들입니다. 잡아두고 싶었으나 잡지 못했고 궁금했으나 소식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이제는 영영 흔적을 느낄수가 없습니다. 당신은 그들이 궁금합니까? 아님 시원하십니까?

 

"미안합니다" 이 말을 원했습니다. 그러나 단지 그말만이 되어선 안되는 일이었습니다. 제 눈으로 본 많은 분양글들이 제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은 한, 당신은 "미안합니다" 다음에 "사실은.." 이라던지 "이러이러해서 죄송합니다"랄지.. 그런 말이 따라야만 했습니다.

 

예상한대로 반동방의 착하신 많은 님들은 당신을 용서하고 당신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너무나 착하신 분들이니까요. 너무나 좋은 분들이니까요. 이 용명어미가 얼마나 반동방을, 반동방분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그리하여 그 용서마저도 얼마나 아픈지 당신은 아시는지요.

 

뭔가 어설픈 10년된 캣맘, 뭔가 이상한 길냥이의 대모, 뭔가 어긋난 듯한 이 느낌.. 그걸 왜 글을 발견하고나서야 알았을까요. 어설퍼도 이상해도 어긋나보여도 당신이 길냥이를 사랑하는걸 굳게 믿기에, 당신이 10년이나 길냥이들을 위해 모든 삶을 던져버린 사람이란걸 굳게 믿기에 그 어설픔도 이상함도 어긋남도 다 이해를 했습니다.

 

당신에게 제가 쓴 존경과 찬사의 댓글을 모으면 반동방 몇페이지를 차지할만큼 일겁니다. 그만큼 당신을 존경하고 그만큼 길냥이를 위해, 캣맘을 위해 당신이 가진 이미지가 소중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당신에 대한 존경을 버리고 심지어 너무나 많은 사랑을 느끼는 곳이며 제가 가진 꿈들을 이루고싶었던 이 소중한 장소 반동방을 떠납니다.

 

마지막으로, 당신께 부탁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당신의 말을 정답인냥 믿습니다. 그러니 앞으론 어떤 안내를 해주실때 충분히 알아보고 해주셨으면 합니다. 비오비타, 엘라이신, 설탕탄 보릿물은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잘 아시겠지만 고양이는 너무나 쉽게 생명을 놓습니다. 그 말한마디에 한녀석의 생명이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제발 이것만은 꼭 기억해주세요.

 

당신에 대한 모든 이상함, 어긋남, 어설픔은 당신과 한때 안면이 있던, 째째맘님께서도 언급한 어떤분의 글때문에 모두 맞추지 못했던 퍼즐이 맞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젠, 당신을 감히 이해합니다. 반동방을 떠나는건 당신때문은 아닙니다. 이 불안함, 답답함.. 이런걸 안고 반동방을 들락일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http://blog.daum.net/sunshinehyunny/21

 

다섯꼬물이를 잃고 마치 죽을 것같이 아팠습니다. 그때 꼬물이들 전문가시라는 당신에게 여러차례 전화를 했었죠. 모두 다 잃고 슬픔에 빠져있을때 많은 분들이 보내주신 분유통을 보는 것조차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그때 당신은 제게 전화를 하셔서 당신은 매일 겪는 일이라며 담담해져야한다고 하셨죠. 그리곤 분유가 부족하니 남은걸 보내달라고도 하셨습니다.

 

피눈물날만큼 아픈 분유통을 싸서 우체국으로 들고 가면서 생각했습니다. 오랜세월이 지나 나도 당신처럼 이런 죽음에 담담해질수 있을까.. 하구요. 아니요.. 담담해질수 있는 날, 아마 전 캣맘은 하지 않을겁니다. 담담해질수 없기에 캣맘을 하고 있는 것이고 제가 캣맘을 하는 한, 모든 아이들의 아픔과 슬픔과 괴로움은 제것이 될수밖에 없습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거 아닙니다. 응원해준다고 신나서 할수있는 일도 아닙니다. 돈을 준다고 할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그러나 전, 반동방을 떠나도 일년에 한녀석이든 이년에 한녀석이든 하나하나 소중하게 최선을 다해 구조하고 치료할 것입니다. 일생에 단 한녀석을 만나더라도 최선에 최선을 다하고 혹여 잘못되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 처럼 가슴에 묻고 미안해하고 사랑하고 기억할 것입니다.

 

반동방엔 너무나 소중한 분들이 많고, 행복한 기억도 많고, 고마운 분들도 많아 이렇게 떠남에 있어 사실은 그분들께 양해를 구하고 인사드리고 가야 마땅하겠지만 전 당신께만 인사드리고 가렵니다. 보기만 해도 가슴시린 구조된 아이를 교배하여 출산하고 분양이라는 이름으로 생이별시키고 털이 날려 재분양보내고도 자랑스럽게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신 당신, 길냥이의 대모, 10년된 고참캣맘, 당신께 말입니다.

 

부디 건승하세요.

 

셜리, 보진 못햇지만 아직도 제맘을 아프게 하는 녀석입니다. 종묘로 살다가 이가 다 빠져 어린아이와 같은 몸으로 차가운 곳에서 사람들이 들떠있던 명절연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당신도 기억해주세요.

출처 : 반려동물
글쓴이 : 용명어미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