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사이먼 스미스 부임 첫 기자간담회
사이먼 스미스 주한 영국대사가 21일 서울 정동 대사관저에서 취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어와 한국문화 그리고 한반도 평화해법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사진 노지원 기자
염상섭 ‘삼대’ 탐독…팔만대장경 감탄
“외교관 32년차 7개 국어 배우기 비결”일본·러시아 대사관 근무…북한도 다녀와
국제원자력기구 영국 대표로 지내
“한국 주도 ‘한반도 비핵화’ 적극 지지” 그는 1981년 영국 고용노동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그 뒤 86년부터 현재까지 줄곧 외무부에서 일하고 있다. 대학에서 언어학을 전공한 그는 모국어인 영어를 비롯해 독일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일본어, 우크라이나어에 이어 이제 한국어까지 7개 국어를 말할 줄 안다. 언어학 전공자답게 일본, 러시아(옛소련), 오스트리아, 우크라이나 등 파견 국가에 갈 때마다 어학연수를 하며 현지어부터 배웠다.“대사, 외교관으로서 한 나라의 수도에 머물 수 있는 것은 행운입니다. 런던부터 도쿄, 모스크바, 빈, 키예프, 서울 등을 다녔습니다. 하지만 수도가 그 나라를 대변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스미스 대사가 외교관으로서 한 나라를 이해하는 방법은 말 배우기뿐만이 아니다. 다양한 지역을 돌아다녀봐야 그 나라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한국에 미리 와 어학연수를 하면서 부산, 대구, 울산, 강원도, 태안반도 등 전국 곳곳을 여행했다. 특히 해인사에서 본 팔만대장경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앞으로 대사 임기 동안에도 짬을 내어 최대한 많은 곳을 돌아다니는 것이 그의 목표 가운데 하나다.그는 한 나라를 이해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좋은 방법으로 ‘문학작품 읽기’를 꼽는다. 실제로 그는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닐 때마다 현지의 문학작품을 탐독했다. 그가 7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필살기’다. 이날 그는 지난해 대구 경북대에서 1시간 동안 문학 강연을 들었던 경험도 소개했다. 강연한 교수에게 “20세기 한국문학 작품 제목이 적힌 도서목록을 받았다”는 그는 “그 책들을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한국어 실력을 키우고 싶다. 그 교수에게 가서 숙제를 다 했다고 자랑하고 싶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이미 서울 인왕산 자락에 있는 윤동주문학관, 만해 한용운 시인의 고향에도 다녀왔다. 지금은 영어로 읽고 있는 소설 <삼대>를 조만간 한국말로 다시 읽어볼 작정이다.이날 간담회에서 스미스 대사는 한반도가 놓인 동아시아와의 특별한 인연을 소개했다. 1989년부터 92년까지 일본에서 1·2등 서기관을, 98년에는 러시아에서 경제·무역 담당 참사관을 지냈다. 2002~2004년에는 외무성 동북아시아·태평양국에서 심의관으로 일하며 한국뿐 아니라 북한에도 다녀왔다. 92~94년 외무부 안보정책과 핵정책팀장을 지내고, 2007년부터 5년 동안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국제원자력기구 영국 대표로 근무했다.한편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최근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평창올림픽으로 평화의 계기를 만들어낸 한국의 노력을 지지하고, 한국 정부에 존경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 북-미 정상회담 등) 이번 기회는 비핵화를 논의할 수 있는 진짜 기회다. 영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기도 하고, 핵안보·핵해체 관련 많은 기술과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진행 과정에서 지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 해결에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영국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얘기다. 또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을 통한 경제협력·문화교류 등 친선관계 강화도 스미스 대사가 꼭 이루고 싶은 외교 과제다.그는 취임 첫 행사로 지난 8일 여명학교의 북한 이탈 청소년들을 대사관저에 초대해 오찬을 나눴고, 오는 24일 북한에 결핵 치료용 백신을 지원하기 위한 ‘스포츠릴리프’ 자선 행사에서 ‘영국팀’ 선수로 ‘탈북자팀’과 축구 경기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