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죽비

"풀꽃도 꽃이다" 조정래작가

나나수키 2016. 7. 12. 17:22

조정래 “민중이 개·돼지라면 나향욱은 기생충” 맹비난

등록 :2016-07-12 15:22수정 :2016-07-12 15:43


 

교육문제 다룬 “풀꽃도 꽃이다” 출판 기자회견
교육 문제를 다룬 소설 <풀꽃도 꽃이다>를 낸 작가 조정래. “잘난 놈만 학생이 아니고 못난 놈도 같은 학생이며 그 모두를 싸안고 가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라고 말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교육 문제를 다룬 소설 <풀꽃도 꽃이다>를 낸 작가 조정래. “잘난 놈만 학생이 아니고 못난 놈도 같은 학생이며 그 모두를 싸안고 가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라고 말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대한민국 교육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심각한 상태에 와 있습니다. 연간 550여명의 청소년이 자살을 하는데 그 가운데 80%는 성적과 관련한 고민 때문이에요. 인간을 인간답게, 행복하게 하자는 게 교육인데 오히려 그 교육의 병폐 때문에 어린 학생들이 아까운 목숨을 버리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국가나 사회, 부모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아요. 제가 이 소설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 이유입니다.”

작가 조정래(74)가 교육 문제를 다룬 소설 <풀꽃도 꽃이다>(전2권, 해냄출판사)를 내놓았다. 책을 내고 12일 낮 한국언론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작가는 “그동안 수많은 작품을 쓰면서 ‘작가의 말’을 썼지만, 이번처럼 통렬하게 쓴 적은 없다”며 “그만큼 교육 문제가 심각하고 난관에 부닥쳐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풀꽃도 꽃이다>는 ‘혁신 꼴통’을 자처하며 교육 현장의 문제에 온몸을 부딪쳐 싸우는 교사 강교민을 중심 인물 삼고 그의 친구인 대기업 부장 유현우, 유현우의 아내인 극성 엄마 김희경, 그 엄마를 독재자라 일컬으며 엄마의 공부 강요에서 벗어나고자 자살을 꿈꾸는 중학생 지원, 불우한 가정 환경 때문에 왕따를 당하는 고교생 배동기, 자신의 꿈을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에 맞서 가출한 뒤 ‘길 위의 아이’로 하루하루 버티는 중학생 한동유, 영어 회화 강사인 미국인 포먼 등을 등장시켜 대한민국 교육 현실을 구석구석 파헤친다.

“사교육 시장 규모가 민간 추산 40조원을 넘고 공부 시간도 오이시디 34개 국가 중 가장 긴데도 우리 학생들 학업 성취도는 오이시디에서 꼴찌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암기식, 찍기식 교육 때문이에요. 우리 교육은 토론식, 창의 교육, 논술 위주로 바뀌어야 합니다.”

작가는 “주인공 강교민의 이름에 소설의 주제가 들었다”면서 “그 답은 독자들께 퀴즈로 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책에는 나태주·도종환·박노해 같은 시인들의 시가 여러 편 인용됐는데, 2권 말미에 나오는 문병란 시인의 시 ‘민주주의는 교실에서부터’에서 퀴즈에 대한 답을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민주주의는/ 교실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교사는 진실을 말해야 하고/ 학생들은 그 진실을 배워야 한다/ (…) / 모이면 오손도손 정이 익어 가고/ 눈과 눈들이 별이 되는 꽃밭/ 서로의 가슴에 사랑의 강물이 흐르는/ 교실은 너와 내가 하나 되는 공동체/ 각기 다른 빛깔로 피는 꽃밭이어야 한다”(‘민주주의는 교실에서부터’ 부분)

전작 <정글만리>(2013) 이후 3년 동안 취재와 집필을 거쳐 낸 신작 <풀꽃도 꽃이다>에서 작가가 제시하는 ‘해법’은 익숙하다면 익숙한 것들이다. 대안학교와 혁신학교, 대졸과 고졸 사이 임금 격차 해소, 평준화를 비롯한 대학 서열화 극복…. 작가는 “해방 뒤 70년 동안 고속 성장을 하느라 쌓인 문제들이 만만치는 않지만, 정치인의 의지, 부모의 결심, 사회의 동조가 있다면 해결할 수 있다”며 “이 소설을 계기로 공론의 장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작가는 이날 회견에서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민중은 개·돼지’ 발언과 관련해 “국민이 개·돼지라면 그 국민이 낸 세금으로 먹고살아온 그 사람은 기생충이나 진딧물 같은 존재”라며 “그런 사람이 이 나라 교육에 관한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는 핵심 지위에 있다는 사실이 바로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를 보여준다. 그런 자를 정책기획관에 임명한 장관도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작가는 “다음 소설은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하는 주제를 다룬 다섯 권짜리를 계획하고 있다”며 “앞으로 10년 정도 3~5권짜리 소설 세 편 정도 더 쓰고, 그래도 힘이 남으면 존재와 영혼, 죽음 같은 문제를 포괄하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