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착취해 번 돈 필요없다" 헌금 거부한 프란치스코 교황
“사람을 착취하고 노예처럼 부려 번 돈으로 교회를 후원하려는 사람이 간혹 있습니다. 그들에게 말합니다. ‘그 돈을 도로 가져가십시오!’ 하느님 백성에게 그런 더러운 돈은 필요치 않습니다. 단지 하느님의 자비로 열린 마음이 필요한 겁니다.”
프란치스코(사진) 교황이 최근 헌금을 돌려보내면서, 교회가 받지 말아야 할 돈에 대해 언급한 것이 화제다. 28일 외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정부가 최근 교황청 산하 청소년 교육재단에 1666만6000페소(14억원가량)를 기부했다. 이를 보고받은 교황은 당장 돌려주라고 명했다. 이에 아르헨티나 현지 언론들은 “부자나 거지나, 검은돈이건 깨끗한 돈이건 고귀한 마음으로 교회에 헌금하는 것은 마찬가지 아니냐” 또는 “교황이 악마를 상징하는 숫자 666을 싫어해서 거절했다”는 등의 가십성 기사로 다뤘다. 주로 교황의 행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류였다.
헌금을 돌려보낸 소동의 전말은 이렇다. 아르헨티나의 신임 대통령 마우리시오 마크리가 지난달 말 이 재단에 거액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시작된 교황청 산하의 이 재단은 2013년 8월 청소년들의 체육 및 복지 증진을 위해 설립된 국제적 재단이다.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이 재단은 리모델링과 재단 직원 고용 명목으로 정부에 후원금을 요청한 것. 당연히 교황과 좋은 관계를 맺으려 했던 정부 쪽은 ‘얼씨구나’ 하면서 지원한 것이다.
이를 보고받은 교황은 당장 재단에 편지를 보내 “그 돈을 당장 돌려줘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르헨티나 정부는 국민의 요구에 응해야 한다. 재단은 그들에게 한 푼도 요청할 권리가 없다. 사제로서 그리고 형제로서 말하는데, 여러분은 부패로 직행하는 가파르고 미끄러운 길에 막 올라섰다”고 질책했다. 교황은 또 편지에서 “저는 젊은이들이 즉석에서 팀을 짜서 동네 공터에서 즐겁게 공을 차는 스포츠를 좋아한다. 유명 경기장을 빌려 대단한 챔피언전을 여는 걸 원치 않는다”면서 “사업에도 절제와 가난, 고결함이 필요하다”고 깨우쳤다.
마크리 대통령 정부는 취임 직후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공공요금 대폭 인상 등을 추진하고 있다. 당연히 국민적인 불만이 팽배할 수 있다. 코너에 몰려 있는 대통령이 교황을 등에 업고 위기 국면을 돌파해보려는 ‘꼼수’라고 언론은 지적했다. 교황의 명령은 외부 지원을 받아 능력 이상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교회에 보내는 따끔한 경고의 의미를 준다. 교회 헌금에 새로운 기준을 세운 이번 사례는 한국교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 같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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