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 본사. 놀이터 같은 일터와 자유로운 근무 분위기가 특징이지만, 구글은 인재를 뽑기 위해 채용 기준에서도 독특한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
미국 본사에서 만난 글로벌 채용담당 임원인 맷 워비
맷 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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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방식’ 일처리 하지 않아
인사담당자는 격무 시달리는 편 처음보다 인터뷰 횟수 절반 줄어
업무 관련자들이 4~6차례 진행
지원자도 회사 인터뷰 기회 제공
구글의 성공신화에는 독특한 기업문화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놀이터 같은 일터와 자율을 넘어 분방할 정도의 근무 태도, 공짜점심, 근무시간의 20%는 개인적 관심사에 쓰라고 하는 ‘20% 프로젝트’ 등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구글의 채용시스템은 혁신의 원동력으로 평가된다. 창의적이고 똑똑한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즐겁고 자유로운 일터를 만든 것일까, 그 이상의 채용 정책이 있는 것일까.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꼽히는 구글은 왜 독특한 기업문화가 생겨났을까?지난 14일 미국 캘리포니아 구글 본사를 찾아 글로벌 채용담당 임원인 맷 워비(사진)를 만났다.
워비는 구글이 직원을 뽑는 기준 4가지를 열거했다.
첫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인지 능력이다. 둘째는 특별한 리더십이다.
구글은 매우 평등한 조직인데, 이런 수평적 구조에서 문제발생 시 해결을 위해 상황을 장악할 능력이 있는지를 본다. 평상시에는 나서지 않고 물러서는지도 중시한다.
셋째는 민첩성, 소통 능력, 협력 태도, 업무에 대한 신념 등 구글의 기업문화에 맞는 사람인지를 파악한다. 넷째는 업무 수행 능력이다.
워비는 “대부분의 기업은 사람을 뽑을 때 업무능력을 가장 중시하지만 우린 그걸 마지막으로 따진다”고 말했다.그는 “구글의 인사담당자는 다른 기업 직원보다 격무에 시달린다. 출신학교·성적 등 외형적 지표로 사람을 뽑는 ‘게으른 방식’의 일처리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쟁하는 지원자가 객관적 지표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져도 그를 깊이 이해하고 검토해 외형 속의 가치를 찾아내 평가하는, 힘든 과정이 자신의 채용업무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구글은 주로 성적이 우수한 명문 공과대학 출신들로 구성된 회사 아니냐”는 질문에 워비는 “그렇지 않다. 입사 7년째인 나 자신이 그 사례다.
난 가정형편이 어려워 대학도 가지 못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기존 회사들과는 전혀 다른 회사를 만들겠다”는 창업자들의 생각에 따라, 구글은 출발부터 독특한 기업문화를 지향했다.
당장 필요한 자리여도 구글에 맞는 사람이라는 직원들의 동의가 없으면 충원을 미뤘다.
직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여러 단계의 채용 인터뷰는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었다.
혁신과 도전 정신이 가득하던 초기의 기업에서 수만명이 일하는 거대 기업이 된 지금 구글의 채용시스템은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워비는 “초기 형태의 인터뷰는 이제 달라졌다. 나도 10번 넘는 인터뷰를 거쳐 입사했다. 하지만 현재는 인터뷰 횟수와 절차가 단축됐다.기존보다 절반가량 줄여서 업무 관련자들이 일대일 인터뷰로 4~6차례 진행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랜 기간 누적된 노하우는 이제 4번의 인터뷰로도 과거 10번의 인터뷰 때 파악할 수 있던 것을 얻어내게 해준다”고 밝혔다.
워비는 “인터뷰 절차가 엄밀하지 않으면 훌륭한 인재를 뽑았는데 회사와 맞지 않는 경우가 생겨난다.
이를 위해 지원자에게도 회사를 인터뷰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동기의 지원자들에게 과연 그에게 맞는 회사인지 판단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와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지원자가 구글문화를 파악할 수 있도록 회사를 충실히 안내하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해서 회사에 대해 모든 걸 물어보게 한다.
그는 “우린 여느 회사와 달리 직원에게 탁월한 기여를 할 것을 기대한다.
그에게 과연 그런 동기가 있는지를 가늠하고, 회사의 일원이 되어 그가 성공할 수 있도록 회사가 그를 도와주고 필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지를 파악하게 해주는 게
채용 과정”이라고 밝혔다.
구글의 평가 체계 특징도 설명했다.그는 “승진과 평가는 여느 기업과 별 차이가 없지만, 우린 고과가 낮은 직원에 대해 다르게 접근한다.
우리가 뽑은 직원은 대부분 발군의 인재인데, 우수한 인재가 성과를 내지 못했다면 그 원인과 구조를 살펴본다”고 말했다.
마운틴뷰(미국)/글·사진 한겨레신문 구본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