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사설

3.1운동.임정 수립이 건국

나나수키 2018. 3. 1. 20:07


[한겨레 사설] ‘3·1운동·임정 수립이 건국’, 역사로 뿌리내릴 때다

등록 :2018-03-01 18:07수정 :2018-03-01 18:54

 

소모적 ‘건국절 논란’ 종식 계기로
진보·보수 역사인식 수렴해나가길
일본, ‘위안부 반발’보다 반성이 먼저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제99주년 3·1절 기념사에서 3·1운동과 임시정부의 의미를 재조명한 것은 의미가 깊다. 문 대통령은 “3·1운동의 가장 큰 성과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수립이다. 임시정부 헌법이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 됐고, 대한민국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고 강조했다. 1919년 3·1운동에 뒤이은 임시정부 수립이 곧 건국의 시발이며, 1948년 정부 수립을 ‘건국절’로 삼으려는 뉴라이트의 역사인식은 잘못됐다고 분명히 밝힌 것이다.

불과 10여년 전 뉴라이트 세력은 우리 근현대사에서 항일 독립투쟁의 의미를 폄훼하고 ‘좌파에 대한 우파의 투쟁’만을 부각해서 ‘1948년 8월15일 남한 단독정부 수립이 진정한 대한민국 건국’이란 해괴한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 극우보수 진영과 일부 언론이 앞장서 이를 전파하면서, 이른바 ‘건국절 논란’은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는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건국절 주장은 보수 정권의 지원을 받으며 집요하게 펼쳐져, 2008년엔 정부의 8·15 행사를 ‘제63주년 광복절’과 ‘건국 60년 경축식’이란 두개의 행사로 중복해 치르는 낯 뜨거운 일마저 버젓이 벌어졌다.

뉴라이트의 ‘1948년 건국’ 주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시대착오적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으로까지 이어졌으니, 그 폐단을 이루 말하기 힘들다. 이제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몰역사적 인식에 기반했던 ‘1948년 건국’ 주장을 깨끗하게 땅에 묻고,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되살려 근현대사의 제자리에 돌려놓을 때다. 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는 그런 인식을 반영하고 있어 반갑고, 올바른 방향이라 평가할 수 있다.

같은 선상에서 문 대통령이 “3·1운동 정신과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대한민국 역사의 주류로 세우겠다” “1940년에 임시정부가 대한민국 최초의 정규 군대인 광복군을 창설했다”고 밝힌 부분도 의미가 적지 않다. 해방 이후 친일·반민족 인사들이 다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중추로 자리잡은 게 우리의 뼈아픈 자화상이란 생각을 반영하고 있다. 또 광복군 창설일(1940년 9월17일)이 우리 국민의 머릿속에서 잊힌 현실을 바로잡을 필요성을 진지하게 제기한다.

다만 지난 10년의 보수 정권 경험이 말해주듯, 역사적 평가와 정통성 문제는 정권이 앞장선다고 무조건 뿌리내리는 건 아니다. 학계와 시민사회 진영의 광범위한 토론, 그리고 진보·보수의 다양한 시각을 수렴해서 서로 합의할 수 있는 부분부터 먼저 공식화하려는 노력을 차근차근 펴나가는 게 절실하리라 본다.

3·1절 기념사에서 문 대통령은 한-일 간 현안인 위안부 문제와 독도 영유권에 단호한 태도를 비쳤다. “가해자인 일본이 ‘끝났다’고 말해선 안 된다. 진실한 반성과 화해 위에서 함께 미래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곧바로 “문 대통령 발언은 한-일 합의에 반하는 것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제국주의 침략에 항거하는 기념식에서 이웃나라 대통령이 연설한 내용을 두고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일본은 과거의 행위에 일말의 반성도 하지 않고 있는 건지, 그런 역사인식으로 미래지향적 선린우호 관계를 어떻게 형성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아무리 아베 정부의 국내정치적 목적이 담겨 있다고 해도, 이는 미래를 향한 자세가 아니다. 일본 정부의 진정 어린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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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834271.html?_fr=dable#csidxef81e6eef9b96699db80bcb172c21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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