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사설

임시정부-대한민국 뿌리자 법통 재확인

나나수키 2017. 12. 17. 20:56

[한겨레 사설] 72년 전 백범 김구가 섰던 자리에 선 문 대통령

등록 :2017-12-17 18:00수정 :2017-12-17 18:56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국빈방문 마지막날인 지난 16일 충칭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찾았다. 한국 대통령이 충칭 임정 청사를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 일행은 충칭 임정 청사 앞 계단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1945년 백범 김구를 비롯한 임정 요인들이 환국을 앞두고 찍은 사진과 비교되면서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72년 전 백범이 섰던 그 자리에 우리 대통령이 다시 선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백 마디 말보다 독립운동과 임시정부의 역사적 의의를 한껏 드높인 일이라 할 만하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방중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과 중국 각지에 흩어진 과거 독립운동의 사적지를 보존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천민얼 충칭시 당 서기와 만나 사드 문제로 중단됐던 충칭의 광복군 총사령부 복원사업을 재개하겠다는 약속도 받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독립유공자 후손들과 만나 “임시정부는 대한민국의 뿌리이자 대한민국의 법통”이라며 “역사를 제대로 기억해야 나라도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충칭 방문을 계기로 국내는 물론 해외의 독립운동 발자취를 기리고 가꾸는 일이 더욱 본격화하길 기대한다.

그동안 보수 진영 일각에선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15일을 건국 시점으로 규정해,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꿔 부르자고 주장해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2019년 맞이하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건국 100주년 정신을 제대로 살려내는 것이 국격 있는 나라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국절 주장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헌법 전문을 도외시하고, 독립운동의 역사적 정통성을 부정하는 얄팍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번 방중은 건국절 논란이 더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았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문 대통령의 방중을 두고 이런저런 성과와 논란이 제기되지만, 상당 부분 아전인수식 해석이 많다. 공항 영접 인사의 격이나 문 대통령의 ‘혼밥’, 중국 경호원들의 기자 폭행 등 의전상 문제를 들어 야당이 ‘정유국치’ 운운하지만, 이는 너무 나간 것이다. 다소간 의전상의 홀대를 감내하고서도 중국이 사드 보복 조치를 사실상 철회하도록 하고, 경제협력 관계를 정상궤도로 돌리는 등 실리외교적 성과도 만만찮다. 정상외교에 대해서는 국내 정치 문제와 별개로 좀더 대국적으로 바라보는 성숙한 관점이 아쉽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823866.html?_fr=mt5#csidxf238a057f315d70af52f4d58625c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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