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세월호가 침몰한 2014년 4월16일, 300여 생명이 죽어가던 그 시간에 박근혜 대통령은 한가하게도 머리를 손질하고 있었다. 1분1초를 다투는 금쪽같은 시간에 그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책무가 있는 대통령의 행동이 결코 아니다. <한겨레> 취재 결과, 박 대통령은 참사 당일 오후 승객 구조 대책을 마련하는 대신 외부의 단골 미용사를 불러 ‘올림머리’를 하느라 상당 시간을 그저 흘려보냈다. 그날 점심 무렵 서울 강남의 전속 미용사를 전화로 부르고, 미용사는 1시간 가까이 걸려 청와대로 왔다고 한다. 청와대 경호실은 미용사가 오후 3시22분 청와대에 들어와 75분 뒤인 4시37분 나갔다고 밝혔다. 준비 시간이 있었더라도 1시간 가까이 머리 손질을 한 셈이다. 대통령은 서두르라는 재촉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민방위복에 맞춰 일부러 부스스한 모양으로 머리를 연출했다니 더 가증스럽다.기가 막힐 일이다. 세월호는 오전 10시30분 침몰했고,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은 11시23분께 315명이 가라앉은 배 안에 갇혀 있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그런 보고를 받고도 대통령은 아무렇지 않게 미용사를 불렀고, 오후 5시15분 중대본을 찾기까지 머리 손질 말고는 한 일이 없다. 구조대책 대신 치장만 고심했던 꼴이다. 이런 이가 대통령이었다니 새삼 경악하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맨발로라도 뛰쳐나가는 게 인지상정인 그 순간에 머리 손질부터 떠올린 비인간성은 더욱 절망스럽다.청와대는 이제 ‘세월호 7시간’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머리 손질을 한 나머지 시간에 대통령이 무엇을 했는지 일정과 행적을 낱낱이 공개하는 게 우선이다. 참사 당일 오후 3시 넘어서야 머리 손질을 했다는데, 그 시간 이전까지 대통령이 어떤 상태였는지도 아리송하다. 머리를 손질하지 않고선 외부에 나서지 않는 박 대통령이 아무런 일정이 없던 그날 점심 무렵에야 출근을 위해 미용사를 불렀다면 적어도 오전 내내 대통령이 흐트러진 무방비 상태였을 수 있다. 그날 혹은 그 전날부터 대통령에게 대체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청와대는 미용사 출입 사실이 밝혀지기 직전까지 국회 국정감사에서 “당일 외부에서 들어온 인원은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 위증은 법에 따라 엄하게 처벌해야 마땅하다. 청와대는 이제 그런 뻔한 거짓말과 변명을 멈춰야 한다
아이들이 죽어가는데 머리 손질이라니…
등록 :2016-12-07 17:58
수정 :2016-12-07 20:52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773690.html?_fr=mt5#csidx8107a54bc448d67bb5a7c7ccf3e9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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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773690.html?_fr=mt5#csidx307b6b76d7a62b1a92b726b05624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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