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아름다운 사람

원주가톨릭병원 마당에 숨져누워있던 새...같은경험에 이심전심 ㅜㅜ

나나수키 2018. 1. 29.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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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야생동물

눈감은 새를 사려니숲에 묻었다, 여기선 너도 살련

등록 :2018-01-29 14:25수정 :2018-01-29 16:40

 

[애니멀피플] 긴수염 동물기
시멘트 바닥에 쓰러져 있는 초록색 생명체
온기는 남았지만, 심장 박동 사라졌다
사려니숲 데려가 꽃 모아 묻어주려는데…

제주에 머물던 어느 날, 눈도 오고 해서 숲에 가기로 했다.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초록색 생명체가 시멘트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 다가가 보니 동박새였다.

손가락으로 건드려보니 미동이 없어 손바닥에 올려놓고 가슴에 손가락을 대어보았다. 심장 박동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을 확인, 숨을 거둔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너무나 멀쩡한 모습이 당장에라도 살아날 것만 같았다.

주변에 커다란 유리로 된 건물이 있어 조류충돌이 의심되었다. 혹은 지나가던 차에 치였을 수도 있다. 온기가 남아있는 걸 보니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주변에 묻어줄 곳을 찾아보았지만, 유리와 시멘트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시에는 마땅한 곳이 없었다. 이런 곳에 살고 있었던 것조차 기가 막히는구나.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하릴없이 죽은 동박새를 주머니에 넣고 버스에 올랐다.

한참을 달려 사려니숲에 도착.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서 수국처럼 생긴 마른 꽃들을 모아 그를 커다란 나무에 정성껏 화장(花葬)했다. (나는 이렇게 동물을 꽃과 함께 묻어주는 걸 화장이라고 부른다). 좋은 곳으로 가렴. 갑자기 눈송이가 떨어지기 시작하고 작은 새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눈가루가 동박새를 하얗게 덮는 것을 한참 지켜보다가 문득 죽은 사람의 몸에 하얀 천을 덮는 장면이 오버랩되었다. 이렇게 죽어도 되는 생명은 없는데. 갑자기 울컥하고 감정이 요동쳤다.

세상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동물들의 서식지를 인간들이 점령하여 하릴없이 도시에 걸쳐서 살게 되었고, 그리하여 유리에 부딪혀 죽고 자동차에 치여 죽고… 자연을 착취하고 차단하며 점점 비대해져 가는 인간 중심 자본주의 문명사회는 점점 더 높은 건물을 세우고 더 많은 도로를 만들고 더 많은 차를 굴리게 하며 더 많은 죽음을 생산하고 있다. 동박새의 죽음은 무뎌졌던 나의 생명 감수성을 깨워주었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고. 어두운 숲을 빠져나와 덜덜 떨며 버스를 기다리는데 눈이 펑펑 쏟아지고 큰부리까마귀들이 까악까악 소리를 지르며 하늘을 온통 까맣게 뒤덮었다.

글·영상·사진 긴수염 지구별 인간생명체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animalpeople/wild_animal/829833.html?_fr=mt3#csidxb33de95348235f4a92d67c9c75aea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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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animalpeople/wild_animal/829833.html?_fr=mt3#csidxca1d34b3ba3d8b8a655c0973101114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