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 재심 결심공판이 7일 전주지법에서 열렸다. 박준영(오른쪽 끝) 변호사가 재판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사건을 세상에 제대로 알린 박영희(가운데)씨가 이날 출석해 증언했다. 박임근 기자
“교도소가 힘들었습니다. 사실 검찰청 대기실에서 자살하려는 시도도 많이 했습니다. 여기까지 온 것은 (천주교 교화위원인) 박영희 자매님을 만나서 살고 싶은 욕망이 생겼습니다. 천주교로 개종하고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교도소에 있어서 돌아가신 아버지 장례식도 못해 드렸는데 아버지가 기뻐하실 것입니다. 장남으로서 여동생에게 미안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7일 오후 3시10분께 전주지법 2호 법정. 검찰과 경찰의 부실·조작수사 논란이 인 전북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 사건의 재심 결심공판에서 재심청구인 임명선(37)씨가 최후진술을 했다. 기구하고 험난하게 살아온 이야기에 대해 방청석에서는 울먹이는 소리가 들렸다. 이날 재심청구인 최대열(37)씨는 “앞으로 저희처럼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심청구인 강인구(36)씨는 “사건 당일 아버지와 집에 있었는데 경찰에 잡혀갔다”며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17년 전 사건 당시 전주교도소 천주교 교화위원이었던 박영희(66)씨가 이날 증인으로 나왔다. 박씨는 이 사건의 부실수사와 의혹을 외부에 알리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박씨 등의 끈질긴 도움으로 재심청구인들이 당시 기록을 보존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했다.
박준영 변호사는 “17년 전 삼례 3인조 수사를 맡았던 당시 전주지검 수사관을 법정에 불러 당시 조작과 가혹수사 등을 질문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재심의 담당 경찰관이 자살을 하는 바람에 부담을 느껴 부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실체적 진실규명과 공판중심주의를 내세워 진범으로 지목된 ‘부산 3인조’의 조아무개씨에 대한 구인장 발부 등을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재심청구인들의 유죄확신이 흔들려서 재심개시 결정을 한 게 아니라, 재심청구인에게 무죄를 선고할만한 증거가 나왔다고 봤기 때문에 재심결정을 한 것”며 기각했다. 10월28일 오전 10시30분 선고가 내려진다.
앞서 전주지법 형사1부(재판장 장찬)는 지난 7월8일, 임씨 등 이른바 ‘삼례 3인조’가 지난해 3월 낸 재심청구를 받아들였다. 검찰이 항고를 하지 않았고, 지난 9월7일 첫 재심공판이 열렸다. 1999년 2월6일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에 3인조 강도가 침입해 유아무개 할머니를 숨지게 하고 금품을 털어 달아났다. 이 사건 범인으로 몰려 ‘삼례 3인조’(임명선·최대열·강인구씨 )는 3년6월~5년6월 옥살이를 했고, 부실·조작수사 의혹이 불거져 논란을 빚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