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신축으로 일조·조망권 침해..6억원 배상하라"
주택가 주민, 건설업체 상대 집단소송 1, 2심 모두 승소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주택가 주민들이 인근 신축 아파트 탓에 일조권과 조망권을 침해받았다며 아파트 시행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주민 손을 들어줬다.
울산시 남구 신정동 주민 127명은 2014년 4월 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약 20m 너비 도로를 사이에 두고 신축된 아파트로 발생한 일조권과 조망권 침해를 배상하라는 것이었다.
원고들은 단독·다세대 주택이나 상가 소유자들로 개인별 청구액은 건물 가치나 용도, 피해 정도에 따라 최소 약 20만원에서 최고 1억9천만원까지 다양했다. 청구 총액은 10억3천만원에 달했다.
지난해 10월 울산지법 제3민사부는 "현대산업개발은 원고 77명에게 청구액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지급을 명한 배상 총액은 6억2천만원이었다.
개인별 배상액은 부동산 시가, 일조권과 조망권 침해 정도에 따라 최소100만원에서 최고 7천만원으로 차이가 컸다.
재판부는 일조권에 대해 "일조권은 객관적 생활이익으로써 법적인 보호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건물 고층화 경향 등을 고려하면 동짓날 기준 일조시간 연속 2시간 이상, 하루 총 4시간 이상일 때를 수인한도(참을 수 있는 정도)라고 볼 수 있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애초 두 가지 일조시간 기준 중 하나 이상을 확보하다가 아파트 건축으로 기준시간 모두를 확보하지 못한 주민, 기준에는 못미쳐도 하루 총 1시간30분∼2시간의 일조시간을 향유하다가 아파트 건축으로 일조를 전혀 받지 못하는 주민은 수인한도를 넘는 일조권 침해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파트 건축 전부터 수인한도를 넘는 일조방해를 받았던 주민, 일조 피해를 입었어도 두 가지 기준을 여전히 충족하는 주민, 건물을 주거가 아닌 근린생활시설로 이용한 주민 등은 배상 대상에서 제외했다.
재판부는 조망권에 대해서는 아파트 건축으로 천공조망률(거실 등 창문으로 외부를 봤을 때 창문 전체 면적에서 하늘이나 외부 조망이 보이는 면적 비율)이 20% 이하로 낮아진 소유자 10명만 개방감 상실 등 피해를 본 것으로 인정, 피고에게 손해배상을 명했다.
1심에서 6억여원의 배상금을 물게 된 피고 현대산업개발과 원고 중 일조·조망권 침해를 인정받지 못한 주민 20명가량이 항소했다.
올해 6월 부산고법 제5민사부는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오히려 원고 중 상가에 거주하는 주민 A씨의 일조권 침해를 인정해 피고가 2천400만원을 추가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A씨 소유 건물의 전체 용도가 근린생활시설이지만, 주민등록등본상 주소지와 다른 증거를 종합하면 A씨는 해당 상가에 실제 거주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따라서 A씨에 대해서도 일조권 침해를 인정하되 주거로 사용되는 면적, 층수, 부동산 가치 등을 고려해 감정액의 80%만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나머지 항소인들의 청구는 기각했다.
이로써 손해배상 대상은 78명, 금액은 6억4천만원대로 늘었다.
인구밀집도가 높은 도시에서 고층 아파트 건립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법원이 주민의 일조권과 조망권을 구체적이고도 광범위하게 인정함에 따라 이 판결이 유사 민원이나 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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