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인터뷰

아름다운 좌효리 (2)

나나수키 2014. 12. 24. 10:45

이효리 “어려서 배운대로 할 뿐…남편 만나 변한 것 아냐” 등록 : 2014.12.23 16:54 수정 : 2014.12.23 23:21 

 

‘쌍용차 해고 노동자 고공농성’ 응원한 이효리 제주 인터뷰 (하)

“약자 외면 못하는 성격, 왜 ‘좌빨’이라고 욕하는지 모르겠어요”

“당찬 여전사 스타일 못 돼…내 행동이 누군가에게 용기 됐으면”

“고공농성 중인 분들께 손 내밀고 있다고 얘기해드리고 싶어요” 

 

 ‘이효리’ 인생의 변곡점 “4집 앨범 사기 당한 뒤 1년여 쉬었어요 임순례 감독님 만나면서 ‘카라’ 활동했고요 동물 보호하면서 몰랐던 세계 눈 떴어요.”

 

 -핑클 시절이 1기 이효리라면, 솔로 활동 때가 2기 이효리이고, ‘소길댁’은 3기 이효리인 것 같습니다. 그 변화는 대중의 원하는 모습에 맞춰가는 걸까요,

아니면 스스로 변화한 걸까요.

=그걸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제 삶은 제가 주체적으로 바꿔왔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대중의 눈에서 자유로웠느냐 한다면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어쩌면 더 이상 내가 어떻게 해야 대중의 사랑을 계속 받을 수 있는지를 나도 모르게 계속 찾아서 변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요즘 들었어요.

물론 그렇게 사람들에게 각인되고 싶진 않지만, 제 마음속 한켠에 그런 게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대중의 시선에서 자유롭고 싶지만

사실 영원히 거기서 자유로울 수 없을 거야, 라는 생각이 요즘 부쩍 들어요.

-동물 보호 등과 같은 사회적 발언을 하게 된 변곡점은 언제인가요.

=제가 4집 앨범 때 사기를 당하면서 1년 정도 쉬었어요. 진짜 잘하고 싶고 더 올라가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앨범을 준비했고, 앞뒤 재지 않고 막 달려가다 보니까

그런 사기도 당했죠. 그래서 혼자만의 시간을 1년 정도 가졌어요. 많이 걷기도 하고, 처음으로 혼자 여행도 다니고. 동물 보호도 시작하게 됐고, 몰랐던 세계에 대해

눈을 떴죠. 그 전에는 주변이 모두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뿐이었어요. 누구 한 명 브레이크를 걸어줄 만한 사람도 없었고요.

모두 다 그냥 그렇게 사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쉬면서 임순례 감독님을 만나고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알게 됐죠.

처음엔 그 동물보호단체 ‘카라’에 갔는데, 사람들이 정~말 촌스러운 거에요. (좌중 폭소)

‘아 이렇게 촌스럽고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들이 이런 데 모여있는 거구나’ 했고, 이질감이 들었죠.

그런데 계속 만나고 얘기를 나누니까 너무 좋은 사람들인 거에요. 그러면서 제 생각이 하나 둘씩 깨져간 거겠죠.”

 

19일 제주 애월읍 장전리 하루하나 카페에서 가수 이효리 인터뷰.

 

-그 당시 만났던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성찰을 한 건가요, 아니면 접했던 텍스트들이 있나요.

=새로운 쪽에 관심이 생기니까 막 더 알고 싶고 공부하고 싶어서 스스로 찾아본 것들이 많아요. 책이나 다큐멘터리, 독립영화들. 그러다 보니까 좋은 사람들도

많이 알게 되었어요. 제주도 이웃인 장필순 선배님이나 윤영배 선배님 등에게 음악이나 라이프 스타일에도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자연에 순응하고 욕심 없이 음악 하면서 사는 모습이 정말 편하고 행복해보였어요. 가진 게 많진 않아도 나누려는 모습도 정말 멋지다 생각했어요.

사람들은 제가 변한 것이 제동 오빠 때문이다, 남편(가수 이상순) 때문이다, 말하기도 하는데 그건 아니에요. 그 둘은 오히려 제가 그냥 편안하게 살길 바라죠.

꼭 누구 때문에, 특히 여자는 남편 때문에 변했다 이런 것도 한국 사회에서 유독 많이 하는 말 같아요.

꼭 주변 누구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변할 수 있고 변화된 삶을 택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인상적이었던 책이나 다큐멘터리가 있었다면요.

=책은 헨리 소로의 <윌든>, 헬렌 니어링 스콧 니어링 부부의 <조화로운 삶>을 읽고 영향을 많이 받았고요. 영화는 용산 참사를 다룬 김일란 홍지유 감독님의

<두 개의 문>, 고 이성규 감독님의 <오래된 인력거>가 있었고, EBS에서 방송했던 <하나뿐인 지구>도 기억에 남네요.

-제주도로 거주 공간이 바뀌면서 변화한 것도 있나요.

=여기서는 아무래도 혼자 있는 시간이 많거든요. 그 시간도 제게 큰 변화의 계기가 된 것 같아요. 흙탕물 안에 뭐가 있는지 몰랐다가 가만히 두고 침전물이

가라앉으면 정작 그 안에 뭐가 있는지 보이는 것처럼, 떨어져 사는 것이 그런 계기를 주죠.

 

 

19일 제주 애월읍 장전리 하루하나 카페에서 가수 이효리와 남편 이상순이 애완견 석삼이에게 목줄을 걸어주고 있다.

 

 

‘쌍용차’와 이효리 쌍용차 해고자 관련 트위터 오랫동안 고민 굴농성 보고 “복직되면 비키니 입고 춤을…” 게재

 

-쌍용차 해고자 관련 트위터는 어떻게 올렸나요. =아주 오랫동안 고민을 했어요. 그분들이 굴뚝에 올라가기 전부터요. 지난해 12월인가, 쌍용차 사장님이

‘연간 12만대 이상 팔리면 복직을 생각해보겠다’고 인터뷰하신 걸 보고 ‘그럼 내가 광고 모델을 해서 잘 팔리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제가 여러 가지 경험을 많이 해본 것은 아니지만, 모든 걸 포용하고 사랑하는 자만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누구를 깎아내리고 잘못을 지적하고 막 그러는 건 오히려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런데 두 분이 굴뚝에 올라가신 걸 보고 조금

앞당겨서 트위터에 글을 남겼죠. 트위트 올리기 전에도 망설였는데, 해고자들이 정말 복직되는 것을 원하는 건지 아니면 회사가 자기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을 원하는 건지 몰랐으니까요. 복직을 원하면 제가 하는 행동이 맞지만, 단순 복직이 아니라 사과를 받는 게 우선이면 티볼리(쌍용차의 신차)가 잘 팔려서

복직되는 건 의미가 다르니까요. 그래서 제 행동이 누가 되진 않을까, 그분들이 자본과 맞서는 숭고한 정신을 내가 자본으로 해결하려 하면 잘못된 생각이지 않을까

걱정을 했어요. 그래서 해고자 분들께 여쭸는데, 괜찮다고 하셔서 올렸죠.

-2심 판결에 견줘서 대법원 판결에 문제가 많았으니까 걱정하는 분들도 있었죠.

=네, 저도 그런 문제 지적도 다 봤어요. 그런데 그 판결이 옳든 아니든 이미 판결이 났으니까, 옳지 않다고 투쟁하는 게 그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한국 사회에서 노동권 문제는 정치적 최일선이에요. 부담스럽지 않았나요.

=(용산 참사를 다룬) <두 개의 문> 영화를 보고 정말 큰 분노를 느꼈거든요. 막 때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맞는 사람들 옆에 서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어요.

노란 봉투 때도 그랬고요. 만약 노동자들이 회사를 막 때리는 상황이라면, 저는 회사 입장에 설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약한 사람 도와주고 불쌍한 사람 도와주라고

배웠는데, 왜 사회에 나와서는 그런 사람들을 도우면 ‘좌빨’ 소리를 듣고 욕을 먹고 그러는 지 모르겠어요. 그냥 사람이라면 연민의 마음이 당연히 있는 거고요.

모든 사람에게 그런 감정은 있겠죠. 다만 그런 것들이 다른 것들에 의해 많이 가려지니까 발현이 안 되는 것 같은데, 저는 다른 사람보다 그게 더 큰 것 같아요.

 

이효리의 ‘소신’ “영화 <두 개의 문> 보고 큰 분노 느껴

약하고 불쌍한 사람 도와주라 배웠으면서, 왜 그런 사람을 도우면 ‘좌빨’이 되는지…

제 행동이 누군가에게 용기가 되어 선뜻 뭔가 하지 못한 분들에게 원동력 됐으면”

 

 19일 제주 애월읍 장전리 하루하나 카페에서 가수 이효리.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불행을 보면 너무 힘들어서 외면하기도 하죠.

=네, 맞아요. 안 볼 때도 있어요. 그런데 제 성격은 외면하지는 못하는 성격인 것 같아요. 몰랐으면 몰랐지 알고는 그걸 외면하진 못하는 성격이어서요.

그리고는 힘들죠. 힘겨운 사람들을 보면서 힘든 거죠. 보면 힘든 데 안 보면 더 힘들고, 마음이 불편하고 잠을 못 자겠어요.

그런데 막 그렇게 당차고 여전사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어제도 쌍용차 관련 트위트를 쓰면서 밤새 악몽에 시달렸어요. 안 좋은 기사들이 터져서 사람들이 나를

막 욕하고 하는 그런 불안감이 있었나 봐요. 그냥 그런 보통의 사람이죠.

-글을 써보는 건 어떤가요.

=제가 말주변이나 글 주변이 별로 없어서요. 대신 시를 좀 좋아해요. 시를 조금씩 쓰고 있는데, 가사를 쓰는 것에서 조금 더 나아가서 쓰는 거죠.

-그 중에 하나 정도 소개해주세요.

=‘not for sale’이라는 제목이에요. ‘한걸음 한걸음 마음을 딛고 올라가는 등산의 참맛도 모른 채 등산복만 팔았네/

화장 안 한 말간 얼굴의 어여쁨도 모른 채 화장품만 팔았네/ 힘겨운 삶의 무게 술 한잔으로 겨우 달래는 노동자들의 고단한 속도 모른 채 술만 팔았네/

내 존재의 이유인 소중한 가치도 모른 채 여기저기 이름만 팔았네/ 이젠 함부로 팔지 않으리’ 뭐 그런…. 유치해요.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긴 것 같아요.

=네, 예전의 저를 생각하면서 쓴 거죠.

-고공농성 중인 두 분께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무슨 말을 해야 할까요. 사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올라가셨을 때도 올라가신 분들 보고서 ‘힘내십시오’ 이러기도 뭐하고,

춥냐고 물어보는 것도 지겨우실 것 같고요. 그냥 손 내밀고 있다고 얘기해드리고 싶어요. 혼자 계시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에서 트위트를 쓰고

그랬던 거니까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저는 망설였지만, 굴뚝에 올라가신 두 분이나 김의성 배우같이 이렇게 자기의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행동을 하시는 분들에게 용기를 얻었어요.

제 이런 행동이 또

누군가에게 용기가 되어서 마음만 함께했지만 두려움에 선뜻 뭔가 하지 못하신 분들에게 원동력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게 됐으면 좋겠어요.

 

2시간 동안의 인터뷰가 끝나고, 이효리 부부는 취재진을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집에 초대했다.

4마리의 개와 3마리의 고양이가 엄마가 오니 세상이 떠나가라 짖거나 갸르릉대며 주위를 맴돌았다.

이효리는 굴뚝 위 이창근·김정욱과 화상 통화로 인사를 나누며 서로 수줍어하기도 했다. 굴뚝 위의 이창근·김정욱은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벽난로에 나무로 불을 지펴놓고 앉은뱅이 의자에 앉아 불을 쬐던 이효리는 문득 5년 전 심리 상담 때 “효리씨가 효리씨를 사랑해줘야 해요”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솔로 활동에 열을 올리면서 결핍을 충족하기 위해 세상의 모든 인정과 사랑을 갈급하며 앞만 보고 내달리던 그때였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오늘,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는 효리가 효리를 사랑하는 일에 성공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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