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잔꽃송이

영혼을 울리는 큰 울림,체 .고흐 & 구멍 난 잎새들

나나수키 2018. 2. 7.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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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난 잎새 위로 체게바라 얼굴이 나타났다

등록 :2018-02-06 19:37수정 :2018-02-06  

김미형 작가의 ‘나의 미래’전
잎맥만 남은 이파리와 드로잉의 만남
동식물 흔적으로 위인 등 재구성

김미형 작 <아름다운 인생-체 게바라를 위하여>(2017년).
김미형 작 <아름다운 인생-체 게바라를 위하여>(2017년).
예수와 석가모니, 고흐와 체 게바라, 프리다 칼로의 얼굴. 종교와 미술, 정치의 역사에 굳건히 아로새겨져 누구에게나 익숙한 그들의 얼굴이 앙상한 이파리 잎맥들이 조글조글 얽힌 선과 면들 사이로 비친다. 대중이 신봉하고 열광하는 명인들이건만, 해진 이파리 아래로 드러난 그네들 표정은 허허롭고 쓸쓸하기 그지없다. 평생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거나 그 수레바퀴 앞에 맞서면서, 집요하게 자기 존재를 고민했던 사람들. 그들의 마음 깊은 곳에는 어떤 감정과 의식의 격류가 굽이치고 흘러갔을까.

서울 안국동 윤보선 가옥 뒤쪽의 갤러리 담에서 명인들의 ‘이파리 얼굴’을 주시하게 된다. 여기에 차려진 김미형 작가의 일곱번째 개인전 ‘나의 미래’는 사멸한 동식물 흔적들을 모아붙여 위인들의 얼굴들과 명화들을 재구성하는 신작 드로잉 30여점을 내걸었다. 나뭇잎, 잠자리 날개, 매미 허물처럼 길에서 우연히 주운 동식물의 부스러져가는 유체를 작가의 드로잉 위에 조각조각 붙였다.

김미형 작 <고흐를 위하여-울지 말아요>(2015년).
김미형 작 <고흐를 위하여-울지 말아요>(2015년).
김 작가는 20여년간 ‘구멍’을 화두로 작업하고 있다. 금호미술관 개인전(1998)과 사루비아다방 개인전(2000) 때는 뚫린 낙엽들이나 탁구공을 큰 덩치로 집적시킨 설치물로 평단의 관심을 모았고, 근래에는 구멍이 품은 틈새와 통로, 해탈의 속뜻을 자기 드로잉에 녹여내는 과정들을 쌓아왔다. “어느 여름날, 싱싱한 콩잎들 사이로 벌레 먹어 구멍이 뚫린 잎들”을 보면서 지금 작업의 영감을 길어올렸다고 작가노트에 털어놓은 작가는 뒤이어 이렇게 적고 있다. “구멍이 나다 못해 온통 해져 잎맥만 가느다랗게 남은 잎들, 나는 그 잎에서 부처를 보았고 예수를 보았습니다. … 그 죽음을 바라보며 나는 나의 미래와 마주합니다.”

11일까지. (02)738-2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