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내셔널트러스트문화기금(이사장 김인회)이 미술사학자 혜곡 최순우(1916~1984)를 기려 제정한 ‘혜곡 최순우상’의 초대 수상자로 고 구본준(1969~2014) <한겨레> 기자가 선정됐다.
내셔널트러스트는 2일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고 구본준 기자는 책, 신문기사, 블로그, 대중강연 등을 통해 한국 건축미학과 건축이 문화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데 짧은 일생을 바쳤다. 그의 개척정신, 열정과 안목, 끊임없는 노력은 최순우의 전통을 이어받은 자로서 빛을 발한다”고 선정 사유를 밝혔다.
구본준 기자는 95년 <한겨레>에 입사해 사회부, 경제부, 문화부 등에서 기획취재팀장, 대중문화팀장 등을 지냈다. 문화부에서 건축 분야를 전담하며 대중에게 다가가는 해설기사와 칼럼, 저서 등을 집필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 필지에 단독주택 2채를 나란히 들이는 ‘땅콩집’을 자택으로 지어 국내 건축계에 이런 유형의 집건축을 유행시킨 주역이기도 했다. 2014년 11월 한국언론재단의 국외연수 과정에 참여해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답사하던 중 심장마비로 타계했다. 저서로 <두 남자의 집짓기> <구본준의 마음을 품은 집> <별난 기자 본본, 우리 건축에 푹 빠지다> 등을 남겼으며 최근 유작 원고를 모아 <세상에서 가장 큰 집>(한겨레출판)이 출간된 바 있다.
혜곡 최순우상은 올해 혜곡 탄생 100주년을 맞아 만들어졌다. 혜곡의 고귀한 정신을 이어받아 우리 민족의 문화정신을 고양하는 데 이바지한 이들을 선정해 주는 상이다. 최순우가 살던 서울 성북동 근대 한옥을 혜곡최순우기념관으로 운영중인 내셔널트러스트에서 심사위원회를 꾸려 격년제로 상금 1000만원과 함께 시상한다.
혜곡 최순우는 개성 출신으로 국립박물관 학예관을 거쳐 4대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재임 중 타계했다. 한국 문화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섬세한 감성을 담은 글을 통해 한국미의 가치를 알리는 데 진력했으며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한국미 한국의 마음> 등의 저서를 남겼다. 시상식은 15일 오후 5시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교육동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