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토너와 유기견의 사막보다 뜨거운 우정
뉴스1 천선휴 기자 입력 2016.08.08. 11:11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이 벌어졌다. 유기견 한 마리와 마라토너가 만든 동화보다 더 동화 같은 이야기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들은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마라토너와 함께 경기를 완주한 한 유기견의 이야기를 7일(현지시간) 소개했다.
마라토너인 디온 레너드는 지난 6월 중국에서 열린 울트라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대회 참가자는 7일간 고비사막을 가로질러 250km를 달리며 인간의 한계를 시험한다.
스코틀랜드에서 건너온 디온은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끝이 보이지 않는 마라톤 코스를 달리기 시작했다. 힘겹게 한 걸음 한 걸음씩 떼던 디온은 대회 둘째 날 샨 산맥을 지나다 옅은 갈색 털을 가진 작은 개 한 마리를 발견했다. 그곳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이 수 km나 떨어져 있는 터라 모든 사람들이 이 개가 어떻게 이곳까지 오게 된 건지 의아해했다.
개는 지쳐 보였다. 50도가 웃도는 살인적인 더위 속에서 언제부터 고비사막을 어슬렁거린 건지 힘없이 주저앉아 있었다.
디온은 이 유기견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는 개에게 자신이 갖고 있던 물과 음식을 나눠줬다.
그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개 옆에 앉아 '우리 오늘 함께 달릴까?'라고 물었다"면서 "물론 내가 정말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개가 디온의 말을 알아들었던 걸까. 아니면 디온과 함께하고 싶었던 거였을까. 개는 그때부터 디온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디온은 고비사막을 가로지르던 중 만난 개에게 '고비'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그리고 디온과 고비의 아름다운 여정이 시작됐다.
고비는 고통스러운 레이스를 즐기는 듯했다. 디온은 "고비는 나를 앞서가고는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곤 했다"고 말했다. 또 고비가 디온보다 뒤처질 땐 디온이 기록을 포기하고 고비를 기다렸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들의 아름다운 동행은 계속됐다.
경기 7일째, 디온은 고비와 함께 무사히 경기를 마쳤다. 도착선에 들어올 때도 그들은 함께였다. 사람과 개는 완주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주최 측은 고비에게도 완주 메달을 걸어줬다.
기쁨도 잠시, 디온에게 고민거리가 생겼다. 다시 스코틀랜드로 돌아가야 했던 것. 디온은 자신을 따라 힘겨운 순간을 함께한 고비를 집에 데리고 가기로 했다.
하지만 고비를 스코틀랜드에 데리고 가려면 검사를 받은 후 검역 절차를 밟아야 했다. 검역비용만도 5000파운드(약 730만원)가 필요했다.
디온은 검역비를 모으기 위해 모금을 진행했다. 사연을 접한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았다. 그리고 무려 1만3000파운드(약 1900만원)라는 어마어마한 돈이 모였다.
디온은 건강검진 및 예방접종 후 4개월이 지나야 입국할 수 있는 영국의 반려동물 입국 절차에 따라 겨울이 돼야 고비와 집에 돌아갈 수 있다.
디온은 올 크리스마스를 고비와 함께 지낼 생각에 한껏 들떠 있다. 소식을 들은 그의 부인도 고비를 하루빨리 보길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한다.
디온은 오는 10월 칠레에서 열리는 마라톤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디온은 "다음 대회에서 말이나 알파카가 쫓아오지 않길 바란다"며 웃으며 말했다.
ssunhue@
'짧은얘기긴여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남 이상재샘에게 비누란? (0) | 2016.08.13 |
---|---|
생의 마지막 선택 (0) | 2016.08.13 |
김영채 히스클리프님~ (0) | 2016.08.03 |
해밀 조미하,삶의 지침 (0) | 2016.08.01 |
삶의 빚,저축 (0) | 2016.0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