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명의 수강자들이 앞치마를 매고 재료와 레시피를 받는다. 수강생들은 모두 여성. 젊은 사람도 제법 많다.
재료 준비가 끝나자 수강생 중 한 명이 죽비를 세 번 두드리고 선재 스님과 수강생들은 두 손을 모아 합장하며 인사를 나눈다.
한 달 수강생만 해도 180명이다. 담당자는 “금방 마감되기 때문에 항상 대기자가 많다”고 전했다.
마늘이나 부추는 피를 맑게 하고 기운을 북돋우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바깥으로 치닫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서 고요히 내면에 집중하는 수행자들에게는
적당하지 않다고 여긴 까닭이다. 사찰음식은 수행자들의 깨달음을 돕기 위한 음식이기에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조화시키려는 데 초점을 맞춘다.
하느라 무리를 했다. 20여 년 전, 간경화로 병원을 찾았던 스님에게 의사는 1년을 장담하기 어렵겠다고 말했다. 스님은 자연식으로 몸을 돌보기로 했다.
연구를 하며 식단을 바꾸었고, 음식이 자신에게 오기까지의 모든 인연에 온 마음으로 감사하며 먹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반응했고 마침내 스스로 병을
다스릴 수 있게 되었다.
조금은 낯선 재료로 만든 음식까지, 모두 ‘때’를 알아 나는 재료를 선택한다. 당연히 유기농을 사용한다. 비닐하우스 재배도, 농약도 안 된다.
선재 스님은 “땅을 살리는 것이 곧 내가 사는 길”이라고 말했다.
제철이 아닐 때 무언가를 먹으려 하니 비닐하우스가 필요하고 에너지를 낭비하게 돼요. 화학비료는 말할 필요도 없죠. 꿀벌이 꽃에서 꿀을 가져올 때,
꽃을 해치지 않거든요. 우리가 음식의 재료를 선택하는 자세도 이래야 해요. 저는 음식으로 자연을, 생명을 살리고 싶어요.”
<사미율의>는 불문에 갓 들어온 어린 승려인 사미를 가르치는 계율책이에요. 거기에 ‘정오가 지나면 스님네가 밥 먹는 시간이 아니다.
하늘 사람은 새벽에 먹고, 부처님은 낮에 드시고, 짐승은 오후에 먹고, 귀신(鬼神)은 밤에 먹는다’, 이런 구절이 나와요. 밤늦게 먹는 걸 경계하는 거죠.
과식이나 잠자기 전에 먹는 음식도 ‘독약’이라고 하셨죠.”
“원래는 지금이 아카시아 꽃이 한창일 때인데, 날씨가 추워서인가. 아직 만개하지 않았어요. 제주도에서 공수해온 아카시아꽃이랍니다”라고 소개한다.
고추기름을 만들고 전을 붙이는 스님의 손길은 빠르고 정확하고 리듬을 타는 듯하다. 표정은 강의할 때보다 훨씬 깊고 진지하다.
직접 간수를 빼서 쓴다.
흔히 파는 음식에 익숙해진 입맛에 사찰음식은 2%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한다는데, 아삭한 야채의 식감과 상큼한 소스가 잘 어우러져 입에 착 감긴다.
녹말과 고추기름, 설탕, 식초 등을 넣은 버섯야채볶음은 잘 만든 탕수육을 떠올리게 하지만 훨씬 부드럽고 깔끔하다.
그런데 먹고 나서 그게 좋은 에너지로만 있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몸을 망가뜨릴 수 있죠. 그러니 한 가지 더 얹어야 해요. 음식은 ‘약’이 되어야 해요.
아픈 사람을 고치기도 하지만 병을 예방하기도 하는 차원에서요. 사찰음식은 건강과 생명에 지혜까지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식사 때마다 만들고 먹으면서 마음을 닦을 수 있어요.”
행사에 참여한다. 취재를 위해 만난 날도 아침부터 2-3개의 강의가 연이어져서 목이 쉬어 있었다.
건강한 이들에게도 쉽지 않을 듯한 빠듯한 일정을 거뜬히 소화해 내는 에너지는 어디서 올까.
그렇게 빼고 빼면 원래의 것, 자연스러운 것을 먹을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