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잔꽃송이

불편한 소통보다 편안한 단절 선호,언택트족

나나수키 2018. 3. 22. 10:08

배달앱 결제하고 "문 앞에 두세요"..'언택트족(族)'

한지연 기자 입력 2018.03.22. 05:40 수정 2018.03.22. 08:03


불편한 소통 대신 편안한 단절 선택하는 현대인.."관계 맺는 노력도 필요"
/사진=이미지투데이

얼굴을 마주치지 않고 서비스만 이용하려는, 이른바 '언택트족'(Untact·부정의 접두사 'un'과 접촉 'contact'를 합친 말)이 늘고 있다. 개인주의 문화와 감정소비를 최소화하려는 분위기 탓이다. 사회 불신이 만연해 불필요한 만남을 두려워하는 것도 한몫한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불편한 소통 대신 편안한 단절을 선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언택트족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등장했다. 과거에는 대부분 대면해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던 것들이 스마트폰 하나만으로도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배달음식 주문이 대표적이다. 모바일앱으로 금액 결제까지 가능한 탓에 말 한 마디 섞지 않고도 배달음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20대 여성 이모씨는 "앱을 사용하면 배달원을 만나지 않고도 미리 음식값을 계산할 수 있어서 좋다"며 "험한 일이 워낙 많다보니 배달음식을 밖에 두고 가달라고 메모를 남긴다"고 말했다.

실제 이용률도 높다. 배달앱 '배달의 민족'에 따르면 해당앱 주문 건수는 지난해 1월 1100만 건에서 올해 1월 1800만 건으로 만 1년만에 63% 증가했다. 월간이용자수도 지난해 1월 299만8589명에서 올해 1월 366만2294명으로 늘었다.

패스트푸드 매장에서는 점원과 마주치지 않아도 되는, 키오스크(터치스크린을 통해 메뉴 선택·결제가 가능하도록 한 장치)를 이용한다. 롯데리아는 2014년 '디지털 키오스크'를 도입한 후 전국 1300여개 매장의 절반 정도 설치를 완료했다.

롯데리아 종각역점에서 한 고객이 디지털 키오스크로 햄버거를 주문하고 있다. '지금은 셀프오더 타임'이라는 팻말이 눈에 띈다. /사진=이재은 기자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도 인기다. 은행원과 어색하게 마주 앉지 않아도 되기 때문. K뱅크를 이용하는 남모씨(25)는 "은행에 가지 않고서도 계좌 만들고 적금하는게 쉬워져서 편리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언택트족에 대해 경쟁이데올로기 속에서 살아온 현대인들이 타인을 접촉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사회가 사람 간의 관계로 구성되는 곳인만큼 대면 관계에도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사회적 신뢰가 무너진 상태에선 오프라인 대면보다 온라인 접촉이 편하게 느껴진다"면서 "대면을 통한 감정 공유를 압박스러워하기 때문에 목적을 달성하게 되면 쉽게 끊어버릴 수 있는 비대면 접촉을 선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한 우려도 있다. 서울대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비대면 접촉이 늘어나면 인간관계에서 겪는 예기치 못한 일에 인내력이 약해질 수 있다"며 "굳이 인력이 필요하지 않은 곳은 기술로 대체하되 대면 접촉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