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주말 도심 집회에서 청와대 인근 경복궁역까지 시위대의 행진을 허용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김정숙)는 경찰이 청와대 인근 구간의 행진을 금지한 데 반발해 민중총궐기투쟁본부 쪽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12일 받아들였다. 투쟁본부는 지난 9일 ‘박근혜 퇴진 촉구 국민대행진'이라는 이름으로 서울광장부터 경복궁역 교차로로 모이는 네 가지 경로의 행진을 신고했다. 경찰은 도심 상당 구간의 행진을 허용했지만, 교통소통을 명분으로 행진을 금지 또는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2조 1항을 근거로 경복궁역까지는 진출하지 못하도록 조건 통보했다.
이에 민주노총이 행진 신고한 ‘서울광장→세종로교차로→내자교차로→청운동사무소’ 구간의 행진도 애초엔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까지만 제한적으로 행진이 허용됐지만, 이날 법원의 결정으로 다른 집회들처럼 내자교차로(경복궁역)까지는 행진할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고, 집회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근본요소이다. 즉, 우리 헌법질서 내에서 집회의 자유는 일차적으로 개인의 자기 결정과 양심발현에 기여하는 기본권이고, 집회를 통하여 국민이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집단적으로 표명함으로써 여론의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와 더불어 민주적 공동체가 기능하기 위한 근본요소에 속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신청인이 개최하고자 하는 집회 및 행진은 특정 이익집단에 의해 주도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 어른, 노인을 불문하고 다수의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바, 법률상 집회 제한 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할 것이 아니고, 오히려 이 사건 집회를 조건 없이 허용하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다”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집회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기존의 집회들과 동일 연장선에 있는바, 위 집회들은 지금까지 평화롭게 진행되었고, 다양한 집회 참가인들이 보여준 성숙한 시민의식 등에 비추어 볼 때 평화적으로 진행될 것이라 능히 예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대통령에게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하는 이 사건 집회의 특수한 목적상 사직로, 율곡로가 집회 및 행진 장소로서 갖는 의미가 과거 집회들과는 현저히 다르다고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