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얘기긴여운

프란치스코 신드롬

나나수키 2014. 3. 10. 09:40

 
[교황 선출 1주년] 소탈ㆍ파격ㆍ겸손… 전 세계가 '프란치스코 신드롬'

피선 1년 맞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와 주요 어록

▲ 교황청을 방문한 아이들이 지난해 12월 14일 바티칸 바오로 6세 홀 접견실에서 77세를 맞아 생일 케이크 촛불을 끄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지켜보고 있다. 【CNS】


   지난해 3월 13일 피선 이후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는 800년 만에 다시 프란치스코를 보듯 소탈했고 파격적이었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소박함과 검소함, 고개를 숙이며 로마 주교로 자신을 낮춘 겸손함, 성 베드로 광장에서 옛 친구 사제가 눈에 띄자 불러서 자신의 교황 무개차 옆자리에 앉히는 파격 등 말 그대로 어느 하나 파격적이지 않은 구석이 없다.

 선출 직후부터 교황은 교황 선출을 위해 머물렀던 호텔 비용을 직접 카드로 계산해 화제가 됐다. 교황을 상징하는 의복과 장식은 최소화했고, 교황 십자가는 자신이 사용하던 낡은 십자가를 그대로 썼다. 심지어 '어부의 반지'는 교황 바오로 6세에게서 선물 받은 은반지를 금으로 도금해 재활용했다. 구두도 그대로였다. 개인 도서관과 경당이 딸린 화려한 교황궁 대신 교황청 방문객이 머무는 성녀 마르타의 집을 숙소로 쓰기로 한 결정은 단순함과 가난을 선택하는 삶 그 자체였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과 새로운 복음화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주교다운 행보였다.

 그런 만큼 교회 안팎에서의 반응은 뜨거웠고, 교황을 바라보는 세간의 눈길도 바뀌었다. 신앙교리성 장관을 오래 지내 엄격한 신학자와도 같은 이미지를 줬던 전임 베네딕토 16세 교황과는 달리 인간적이고도 따스한 면모, 교회 개혁의 의지, 교회의 미래를 제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비전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이는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사임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새 교황의 카리스마는 마치 '프란치스코 신드롬' 같은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위기에 빠진 중세 교회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아시시의 프란치스코와도 같은 발걸음이었다.

 1936년생으로 내년 팔순을 맞는 고령에도 신임 교황은 노익장을 과시하며 1년 사이 교회에 엄청난 변화의 물꼬를 텄다. 우선 지난해 4월 즉위하자마자 교황청 운영과 조직 개편을 위한 자문추기경단으로 '8인 추기경 평의회'를 구성, 교황령 「착한 목자(Pastor Bonus)」를 개정해 교황청 조직을 재정비하는 데 필요한 연구를 하는 한편 지난해 10월과 12월, 올해 2월 등 세 차례 회의를 갖고 교황청 내부 개혁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해오고 있다. 교회 개혁에 대한 이같은 논의는 교회가 가난한 사람들을 대변하는 삶을 사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되고 교회 자체가 가난해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예수회 관계자는 전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7월에는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초안을 작성하고 자신이 완성한 첫 회칙으로 4개 장 60개 항으로 이뤄진 「신앙의 빛(Lumen Fidei)」을 발표, 그리스도교 역사 안에서 신앙의 과거와 현재를 살피고 신앙의 중요성과 참의미를 일깨우기도 했다.

 성경 속 예수님 못지 않은 새 교황의 '비유화법'도 대중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데 한몫했다. "신앙의 기쁨을 찾지 못한 신자들 얼굴을 보면 '절인 고추'처럼 보인다"거나 아이 키우는 것을 연날리기에 빗대어 설명하는 등 복잡한 신학적 개념이나 교회 가르침에 대해 비유를 들어 설명함으로써 대중이 교황, 나아가 가톨릭교회를 더 쉽고 친근하게 느끼도록 했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은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목 방향과 방침을 담은 교황 문헌이면서도 간결하고 친근한 용어를 사용하고 가난과 세계화, 교회 역할 등 자신이 교황직에 착좌한 이후 강조해온 내용을 담아 '프란치스코 스타일'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교황은 여전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물질의 우상에 빠지지 말라고 경고하며 가난과 나눔의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홍성남(서울대교구) 신부는 "복음적 교회를 만드시기 위한 개혁을 추진하심으로써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계신다"면서 "부디 지금처럼 개혁을 계속해 나가실 수 있도록 건강하시기를 빈다"고 기원했다.

 예수회 한국관구 관구장 신원식 신부도 "지난 1년간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메시지는 교회가 좀 더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아가라는 것이었다"면서 "교황님을 따라 개혁을 통해 새로운 교회로 나아감으로써 세상에 복음을 전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 프란치스코 교황 재위 1년 주요 어록 

 ▲가난한 이, 가난한 이. 이들을 생각하니 곧바로 아시시의 프란치스코가 떠올랐습니다.'가난한 이를 위한 교회'가 얼마나 좋은가요(2013.3.13 선출 직후 소감 중에서).

 ▲참다운 권력은 섬김임을 잊지 맙시다. 교황도 권력을 행사할 때에 십자가 위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난 섬김 안으로 더욱 온전히 들어가야 합니다.(3.19 교황직 시작미사 중 강론에서).

 ▲아시시의 프란치스코는 우리에게 평화를 이루기 위해 일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리 없이는 아무런 평화도 없습니다(3.20 교황직 시작미사에 함께한 종교계 대표단과 외교사절단을 만난 자리에서).

 ▲양 냄새 나는 목자가 되십시오(3.28 성 목요일 성유축성미사 강론에서).

 ▲주님 말씀을 묵상하면서 믿은 것을 가르치고, 가르친 것을 실천하십시오. 하느님 말씀을 통해 얻은 기쁨을 모든 이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그렇지만 자비로움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스도와 교회 이름으로 죄를 용서하고 사람들이 세례를 통해 거듭나도록 교회로 이끌어야 합니다(4. 21 성소주일 사제서품식 강론에서).

 ▲하느님께서는 여러분께 믿음과 희망, 사랑이라는 소금을 주셨습니다. 이 신앙의 소금을 사용하지 않고 쌓아놓고만 있으면 박물관 전시품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신앙의 소금을 잘 사용해 '감칠맛 나는' 신앙생활을 하시기 바랍니다(5.24 성녀 마르타의 집 경당 아침미사 강론에서).

 ▲공동선을 위해 일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의무입니다. 우리는 사랑을 실천하는 한 방법으로 정치에 참여해야 합니다. 정치가 혼탁하다고 해서 그리스도인들이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정치는 계속 혼탁하게 될 것입니다(6.7 예수회 운영 학교 학생들과의 만남에서).

 ▲교회 일치를 위한 대화는 신학자만을 위한 탁상공론이 돼서는 안 됩니다. 서로의 전통을 이해하고 배우는 과정을 통해 복음화와 신앙 성숙이 이뤄져야 합니다. 복음을 한 목소리로 증거하며 그리스도의 신비를 함께 기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6.28 가톨릭ㆍ정교회 국제신학대화위원회 공동 위원장 정교회 페르가몬의 요한 대주교와의 만남에서).

 ▲다름이 충돌의 원인이 아니라 다양성의 보물이 될 수 있도록 분열을 극복하는 데 헌신해야 합니다. 일치의 파수꾼으로 거듭 나십시오.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하느님의 계획이 작은 조각으로 나뉜 거대한 모자이크와 같습니다. 성령의 인도를 받아 그리스도 안에서 신앙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6.29 19개국 대주교 34명 팔리움 수여식 강론에서).

 ▲신앙의 기쁨을 전하는 데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그리스도인들은 사회 부정의에 맞서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데 앞장서야 합니다.인간 존엄과 형제애, 연대는 모든 사회의 기초가 돼야 합니다(7.23~28 제28차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세계 청년대회에서).

 ▲우리 각자는 평화 중재자가 될 수 있습니다. 분열시키지 말고, 증오심을 끊어버리며, 새로운 벽을 만들지 말고, 화합과 대화의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10.1 이탈리아 아시시에서 세계종교인대회를 마치고).

 ▲진정한 신자라면 자신의 생각과 말, 행동의 중심에 예수 그리스도를 둬야 합니다. 우리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신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하나가 되고, 희망과 기쁨을 얻습니다. 그리스도의 빛은 어둠의 순간에도 환하게 빛을 발하며 모두에게 희망을 선사합니다(11.24 '신앙의 해' 폐막미사 강론에서).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한 이들의 삶은 세상을 더 정의롭게 하고, 형제애가 넘치도록 하는 누룩과 같습니다(2014.2.2 주님 봉헌 축일 정오 삼종기도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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