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여러분, 주민센터 앞에 밥과 물을 준비했어요
서울 강동구 만화가 강풀, 캣맘, 구청 힘모아 새로운 길고양이 대책 시행
관내 주민센터 등 18곳에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 운영, 다른 지자체 확산 기대
» 만화가 강풀이 10일 서울 강동구 성내동 작업실에서 함께 사는 고양이 청운이를 들어올리며 웃고 있다. 강씨는 강동구 18개 주민센터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할 것을 구에 제안해 수락받았다. 사진=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서울시 강동구에서는 사람과 길고양이가 함께 동사무소(주민센터)를 이용한다. 할아버지는 주민등록등본을 떼러 동사무소에 가고,
길고양이는 밥을 먹으러 동사무소에 간다.
강동구가 이달부터 관내 주민센터 18곳과 주요 관공서 등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한 결과, 길고양이들이 하나둘 찾아와 밥을 먹고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가 6~12일 강동구 관내 주민센터를 관찰하고 이 지역 길고양이를 모니터링하는 캣맘과 캣대디(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남녀)들의 말을 종합한 결과,
14일 현재 상일동, 성내3동, 둔촌2동, 명일1·2동, 고덕1·2동 주민센터 앞의 급식소 사료 회전율이 특히 빠른 것으로 파악됐다.
강동구는 전국에서 최초로 관내 주민센터 18곳과 관공서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했다. 길고양이들이 사료와 물을 안전하게 먹고 가도록 하기 위해서다.
길고양이는 지난해 개정된 동물보호법에서 ‘도심지나 주택가에서 자연적으로 번식해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고양이’로 정의되면서, 포획 뒤 안락사 대상이 아닌
보호 대상으로 규정됐다.
특정 영역에서 일정 수까지 번식하는 특성 때문에 길고양이는 마구잡이로 잡아서 사살해도 줄어들지 않는다. 이 때문에 길고양이 마릿수를 일정 규모로 줄인 뒤
유지·관리하는 티엔아르(TNR·중성화 수술 뒤 방사) 프로그램이 선진 길고양이 관리기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중성화 수술 뒤 모니터링과 밥 주기 같은 사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국내에서는 여전히 쓰레기봉투 훼손 등 민원이 줄지 않는다는 지적 또한 제기된다.
집 주변의 길고양이에게 자발적으로 밥을 주면서 순화시키고 티엔아르에 참여하는 등 길고양이를 모니터링하는 캣맘에 대한 인식도 부족한 편이다.
길고양이 급식소는 <26년> <이웃사람> 등 히트작을 낸 인기 만화가 강풀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평소 길고양이를 돌보던 강풀이 지난 2월 벽화를 그려 달라는
이해식 강동구청장에게 주민센터 앞 급식소 설치를 ‘역제안’했고, 이 구청장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강풀은 10일 인터뷰에서 “주민센터 급식소를 보고 길고양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풀은 다리가 부러진 채 돌아다니는 길고양이를
구조해 수술을 시키는 등 길고양이를 보호해왔다.
길고양이 급식소는 캣맘과 캣대디가 관리하고 있다. 고덕1동 급식소를 책임지는 윤용하(58)씨는
“정확히 얼마나 먹는지는 알 수 없지만, 주민센터 현관 앞과 주차장 두 곳에 설치한 급식소에서 사료가 조금씩 줄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큰길가에 있는 암사3동과 성내1동 주민센터의 급식소는 길고양이들의 접근이 어려워 사료 회전율이 낮은 편이다.
최우리 남종영 기자 ecowoori@hani.co.kr
<<상보>> 강풀과 서울 강동구 캣맘들
강풀이 나무통·사료 기부하고 갯맘들이 관리하는 초록 급식소
고돌이·청운이 아빠 강풀은 알 이는 다 아는 애묘인
» 서울 강동구 주민센터에 설치된 길고양이 급식소. 사진=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동사무소에 가면 밥이 있다. 동사무소 마당 한켠 초여름을 닮은 초록색 지붕을 한 나무통 안에 밥이 있다. 밥그릇 안에는 길고양이가 먹을 사료와 물이 들었다.
맛있는 생선이 초록색 지붕을 헤엄치고 있어서일까. 반달 같은 눈을 한 그림 속 고양이가 환하게 웃고 있다.
8일 저녁 서울시 강동구 성내2동과 성내3동 주민센터(동사무소)에서도 초록 급식소가 길고양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밥 먹으러 오는 길고양이보다 빨간 노을이 먼저 도착했다. 수북하게 쌓인 사료 한쪽이 움푹 파인 걸 보니 이미 길고양이들에게 ‘그곳에 가면 밥이 있다’고
소문난 것 같았다.
서울시 강동구가 이달부터 동 주민센터 18곳 전체와 강동구청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했다.
고양이용 사료와 물 관리는 강동구 캣맘 모임인 ‘미우캣보호협회’에서 맡았다. ‘미우’는 이집트어로 고양이 울음소리 또는 고양이를 의미한다.
길고양이 급식소는 만화가 강풀(본명 강도영·39)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강풀은 <순정만화>, <바보>, <그대를 사랑합니다>, <당신의 모든 순간>, <26년>, <이웃사람> 등 장편 웹툰 10편을 그린 인기 만화가다.
세살 때부터 강동구에서 자라 지금까지 고향을 떠난 적 없는 그가 강동구청에 먼저 급식소를 제안했다.
사료와 물을 둘 수 있는 나무통 50개(500만원)와 사료 6t(1000만원)도 기부했다. 길고양이 급식소도 강풀이 직접 디자인했다.
1일부터 강동구에서는 급식소 30여개가 주민센터와 관공서 그리고 길고양이가 다니는 길목에 놓이기 시작했다.
강풀을 만나 ‘돼냥이’ 된 사연
» 서울 강동구 성내동 작업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강풀. 평상 아래에서 그가 기르는 청운이(왼쪽)와 고돌이가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사진=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3년 조금 넘었나? 집 앞에 오는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기 시작했어요. 저는 캣대디라고 말하기도 민망해요.
캣맘 중에 정말 열심인 분들은 돌아다니면서 고양이들 밥을 주세요.”
강씨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애묘인’이다.
다섯달 전에 태어난 딸을 위해 그린 동화책 <안녕 친구야>는 새끼고양이의 집을 찾아주는 어린아이의 이야기다.
10일 오후 성내동 옥탑방 작업실에서 만난 강씨는 검정 트레이닝복에 까칠한 수염까지, 예민한 만화가의 모습 그대로였다.
20일부터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11번째 장편 웹툰 <마녀>가 연재되는 것을 앞두고 새벽 4시에 출근해 저녁까지 만화를 그리는 바쁜 나날을 보낸다.
강풀 옆에 고양이들이 산다. 옥상으로 쏟아지는 뜨거운 햇볕을 피해 평상 아래 고양이들이 그늘을 차지하고 있었다.
강풀을 만나지 않았다면 길거리를 떠돌았을 고돌이(13·수컷)와 청운이(5살 추정·수컷)다.
윤기 나는 검정 털을 가진 고돌이는 13년 전 강씨가 인터넷카페에서 어미 잃은 새끼고양이 소식을 듣고 경기도 성남에서 입양해 왔다.
회색 털에 핑크색 콧잔등이 사랑스러운 청운이는 3년 전에 데려왔다. 강풀의 부모가 운영하는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 펜션에 버려져 있었다.
빼빼 말랐던 고양이들은 강씨를 만나 몸무게 8~9㎏의 살찐 ‘돼냥이’(돼지고양이)가 됐다.
얌전한 고돌이와 발랄한 청운이는 강풀의 트위터 69만 팔로어에게 사랑받는 ‘인기묘’다.
더위에 지쳤는지 고양이들은 연한 녹색 눈만 껌벅거렸다. 손님 얼굴 한번 힐끗 쳐다보고는 바닥에 배를 깔고 누웠다.
강풀이 청운이를 안아 올리자, 청운이는 귀찮은 듯 이빨을 드러내고 그르릉거렸다.
평상 아래로 기어들어간 고돌이의 이름을 부르던 그가 급식소를 설치하게 된 계기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1월 말 트위터를 통해 강동구 캣맘들과 만났어요. 제가 강동구에 길고양이를 위한 제안을 하나 해볼 테니, 고양이들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죠. 급식소가 가장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졌어요.”
길고양이들의 밥을 자주 챙기지 못한다는 강씨도 길고양이들이 안전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급식소를 떠올린 건 마찬가지였다.
강씨의 제안에 캣맘들이 경험으로 쌓은 지혜를 보탰다. 강씨가 밥그릇과 물통 일체형의 급식소를 얘기하자, 밥을 주는 캣맘들은 밥그릇이 따로 있어야 실용적이라며
아이디어를 보탰다. 강풀은 왜 사비를 들여 길고양이에게 자비를 베풀고 있을까.
“그냥 좋아요. 고양이 좋다고 끌어안고 사는 분들도 계시는데, 가족이랑 늘 끌어안고 살지 않잖아요. 그냥 고돌이랑 청운이도 저랑 같이 살아요.
길고양이들도 그냥 그곳에 사는 거고요. 하하.”
어릴 적부터 강풀은 어머니, 아버지가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걸 봐왔다. 고양이는 강풀의 집에서 떠나지 않았고, 어떤 길고양이들은 가족이 됐다.
캐시·쌩키·설묘·고돌이·청운이까지, 강씨는 함께 산 고양이들로부터 정을 느꼈다고 했다. 그 마음이 길에서 마주치는 이름 없는 모든 고양이에게로 이어졌다.
길고양이는 집고양이와 다르다. 거리를 돌아다니며 사는 고양이를 모두 ‘길고양이’라고 부르는데,
엄밀히 말하면 길고양이는 집고양이였다가 길을 잃거나 버려져 사람에게 우호적인 감정을 학습한 고양이와 태어날 때부터 길에서 나고 자란 고양이 둘로
나눌 수 있다. 과거 집고양이였다고 하더라도 길에서 오래 살다 보면 사람을 따르는 습성을 버릴 수 있다.
중성화 수술도 알려주는 급식소 표지판
» 만화가 강풀의 집에 설치한 급식 상자에서 청운이가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사진=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강풀에게 길고양이는 ‘영혼이 자유로운 친구’다. 강풀은 작업실로 오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길고양이들에게 주기 위해 사료를 들고 다닌다.
자리마다 길고양이는 강풀을 기다렸다. 그는 길고양이들에게 인사하고 이름을 붙였다.
상일이·벽산이 등 동네에서 만난 길고양이는 그의 누리집(홈페이지)에 소개돼, 강풀 팬이라면 다 아는 고양이가 됐다.
특히 벽산이와의 인연은 각별했다. 2011년 5월 강씨는 다리가 부러진 채 돌아다니던 벽산이를 구조해 치료해줬다.
그리고 결심을 했다. 벽산이와 함께 사는 거야.
그 녀석은 아마 제가 자기 다리를 부러뜨린지 알겠죠? 멍청한 녀석. 석달간 치료하느라 가둬놨으니 도망가고 싶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겠죠.
이것도 인연인가 싶어 함께 살려고 했는데, 싱크대 아래에 들어가서 안 나왔어요. 밥도 밀어넣어준 것만 먹고요.
야생에 오래 있어서 집고양이가 못 되겠구나 싶어 거리로 돌려보냈어요.
얼마 전에 아파트 경비 아저씨께 벽산이 사진 보여드렸더니 옆 단지에 있다고 하더라고요.”
길고양이는 사람의 손길을 좀처럼 허용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인기척만 나도 도망칠 만큼 겁이 많다. 생존을 위한 본능이다.
그러나 자신에게 밥을 주는 사람 앞에서는 도망가지 않는다.
오히려 멀리서 알아보고 달려와 밥 달라며 영롱한 눈을 맞춘다. 캣맘들은 길고양이가 자신의 몸을 만지도록 허용한다면, 집에 들여도 좋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이렇게 조심성 많고 수줍은 길고양이와 교감을 나눈 사람들은 고양이에게 빼앗긴 마음을 거두기 어렵다.
벽산이의 형제이자 지금도 강풀이 밥을 주고 있는 길고양이 상일이도 3년이 지나도록 강풀에게 자기 몸을 만지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길고양이 급식소를 만들어서 캣맘들에게 나눠주고, 캣맘들이 자기 구역에 알아서 설치하도록 할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고양이 밥 주면 싫어하는 사람들도 꽤 있잖아요. 그래서 기왕이면 시시티브이(CCTV)가 있는 주민센터에 급식소를 두면 고양이도 안전해지고
주민센터에 드나드는 사람들도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동구청과 회의를 하고 메일을 보내는 등 20여차례 대화를 했지요.”
강풀은 강동구에 동 주민센터에 급식소를 설치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강동구청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길고양이를 ‘잡아 죽인다’고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릴 필요가 있었다.
급식소 표지판에 중성화(불임) 수술을 통해 길고양이 개체수를 줄이자는 문구를 넣었다.
길고양이가 쓰레기봉투를 뜯었다거나 번식기에 고양이 울음소리가 시끄럽다는 ‘만성 민원’에 시달리던 구청으로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강동구청은 초기 예산(강풀)과 관리(캣맘)도 손쉽게 해결하게 됐다. 강동구청 사업인 중성화 수술을 위해 급식소를 오가는 길고양이들을 포획하기 쉬운 장점도 있었다.
11일 오전 서울 강동구청에서 만난 이해식 강동구청장이 말했다.
강씨의 만화 배경이 전부 강동구입니다. 낙후한 주거지역을 배경으로 따뜻한 이야기가 이어지죠.
강동구 골목에 벽화를 그려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강 작가를 만났지요.
그런데 강 작가가 고양이 급식소를 만들자고 역제안을 해왔어요.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에 대한 생각도 같아 우리도 흔쾌히 동의했어요.
강 작가가 고양이 길고양이 보호에 열성적으로 참여한다는 사실이 사업의 타당성을 전하는 데 큰 힘이 됐어요.”
» 서울 강동구 갯맘 모임인 미우캣보호협회 김미자 회장(왼쪽)과 회원 이인예씨가 강풀 작가가 디자인한 길고양이 급식소를 강동구 성내동 강동구청 건물 들머리에 설치하고 있다. 사진=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길고양이 급식소는 주민센터에 놓임으로써 ‘공적 권위’가 주어졌다.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피해 음지에서 활동하던 캣맘들도 양지로 나왔다.
30여명의 강동구 캣맘과 캣대디는 3월 발기인모임을 열고 지난달 24일 미우캣보호협회를 세웠다.
그리고 지난달 31일에는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와 관리·운영을 철저히 한다는 내용의 업무 협약을 강동구와 맺었다. 캣맘들은 주민 홍보 활동에 나섰다.
“경찰서에는 특히 (급식소를) 놓아야 해요. 경찰서는 캣맘들이랑 싸우거나 안 좋은 이유로 오는 분들이 많은 곳이잖아요.
‘작은 생명도 소중히 여기자’는 취지로 만든 고양이 급식소를 경찰서 입구에 두면 사람들의 인식이 바뀔 거예요.”
11일 오후 강동경찰서를 찾은 김미자 미우캣보호협회장이 경무계장에게 고양이 급식소가 왜 좋은지, 어떻게 구청과 협의한 시범사업인지를 길게 설명했다.
팔짱을 끼고 이야기를 듣던 경무계장이 ‘혼자 결정할 수 없으니 나중에 연락드리겠다’고 하자 이야기가 길어졌다. 계장이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급식소 설치하는 걸 몰랐어요. 그리고 저는 고양이 안 좋아해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교육이 될 거예요. 관심 좀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고양이가 왜 싫으세요?”
“왜 싫은지는 묻지 마세요.”
“설마 보신탕도 드시나요?”
“그건 취향의 문제인데…. 급식소가 좋은 일인 건 알겠는데, 개인적으로 물어보시면 제가 할 말이….”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김 회장과 조익영(59)씨 등 협회 회원들은 이날 오전부터 보건소, 수도사업소, 강동구의회 등 강동구 내 관공서를 돌아다니며
주민센터에 설치된 급식소 사진을 보여줬다. 급식소를 추가 설치할 수 있도록 해당 기관에 부탁을 했다.
다른 기관들은 모두 고양이 급식소를 받아들였다. 경찰서만 급식소 설치 허락을 받지 못한 채 돌아섰다. 회원들은 안타까워했다.
길고양이 싫어하는 주민들 요구도 수용해야
캣맘들은 자발적으로 집 주변에 사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준다. 많게는 몇 만원에 이르는 사료값이나 매일 줘야 하는 수고는 정작 이들에게 문제가 아니다.
캣맘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유난한 사람’으로 동네에서 찍히기 십상이다. 때로는 동네 주민과의 갈등이 커지기도 한다.
조익영씨는 보름 전 동네 주민들과 싸우다 상처를 입었다. 자신의 집 맞은편 빌라의 상가 옆 공터에 고양이 밥을 가져다 놓았는데,
이를 반대하는 여러 명이 조씨를 붙잡고는 경찰을 불렀다.
조씨는 이들이 협회가 창립하는 날에도 구청 공무원을 찾아가 민원을 내며 자신을 협박했다며 괴로워했다.
조씨는 어미고양이가 떠나고 새끼고양이 두마리만 달랑 남겨져 굶고 있는 모습이 가여워서 밥을 줬다고 말했다.
이 일이 있은 뒤 조씨는 밥 주는 장소를 바꿨다.
캣맘들은 고양이를 혐오하는 이들이 고양이를 다치게 할까봐 싸움을 알아서 피한다고 말한다.
강동구 길동의 캣맘 한선경(59)씨는 지난해 가을에 겪은 ‘고양이 눈 적출 사건’을 털어놨다.
제가 아는 캣맘이 집 앞에서 4~5개월 된 길고양이에게 밥을 줬어요. 그분이 병원에 입원할 일이 있어서 제가 대신 밥을 주러 갔는데, 며칠째 밥을 먹은 흔적이 없어서
걱정이 되더라고요. 퇴원한 캣맘이 돌아오자 어느 늦은 밤 그 고양이가 제 발로 집 앞에 와서 울더래요. 나가보니 고양이 한쪽 눈알이 달랑달랑 매달려 있었대요.
다음날 아침 함께 병원에 데려가 수술을 시켰는데, 결국 그 녀석은 한쪽 눈을 잃었어요. 지금은 캣맘분이랑 같이 사는데… 이름이 ‘애꾸’예요.”
애꾸는 누가 해코지했을까? 고양이를 싫어하는 이웃이 그랬을 거라는 의심을 한씨는 지울 수 없다. 이전에도 몇 번이고 고양이에게 돌을 던지는 걸 봤다고 했다.
하지만 이웃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최근 몇 년 사이 길고양이를 자발적으로 돌보는 사람이 늘고 있다. 서울시 자치구마다 적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수백명이 활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 강동구와 종로구, 인천시와 고양시 등 캣맘과 캣대디의 협의체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들의 고양이 돌보기는 도시 생태계에서 ‘천대’받는 길고양이에 대한 연민에서 시작한다.
사람을 해치지 않고 야생의 독립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집고양이가 될 수 없는 운명도 이해한다.
한 캣맘은 뚱뚱하다고 놀림받는 길고양이들이 알고 보면 사람이 버린 짠 음식을 먹고 물을 못 먹어서 신장이 좋지 않아 몸이 붓는다는 사실을 알고
이 땅의 동물이 살아갈 권리를 떠올렸다고 했다. 집고양이가 10년 이상 사는 데 비해 3년밖에 살지 못하는 길고양이의 삶에 그는 미안함을 느낀다.
구청이 나선다고 해도 모든 사람이 고양이를 좋아할 수는 없다. 10일 성내1동 주민센터 옆 어린이집에서 낸 민원이 접수됐다.
한 학부모가 급식소를 치워달라고 요청했다. 아이가 고양이털 알레르기가 있으니 급식소를 옮겨달라는 요청을 거절하기는 힘들었다.
강풀은 길고양이와 이웃과 함께 살기 위해서는 좀더 많은 사람들과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는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과 캣맘들이 각을 세우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고양이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죠. 저는 고양이는 좋아하지만 쥐는 싫어하거든요.
그 사람은 고양이를 쥐처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최대한 대화를 해보고 그래도 안 된다고 하면 거기서는 고양이 밥 주지 말아야 해요.”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과도 함께 살아야 하는 만큼 강풀은 이번 시범사업이 캣맘뿐 아니라 주민들의 요구도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기부내역이 알려지길 원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만약 구청이 시범사업 할 때 세금을 갖고 시작한다면 반대하는 목소리가 얼마나 많을까 싶어서,
처음에는 기부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이제는 제 손을 떠났습니다. 부디 강동구 시범사업이 잘 정착해서 길고양이 급식소가 다른 지자체로도
뻗어나가길 바랍니다.”
사료를 먹고 경계하고, 다시 먹고 경계하고…
1년간의 급식소 시범사업을 시작한 지 보름이 채 안 된 14일, 강동구 상황은 어떨까?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협약식에는 경기도 고양시, 수원시, 서울 성북구, 노원구, 서초구, 송파구 등의 캣맘들이 찾아와 관심을 보였다.
강동구는 서울시 동물보호조례를 참고해 하반기에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에 관련된 조례를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종로구 캣맘 모임인 ‘종로구 길고양이 친구들’ 대표인 김보경씨는 지자체장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강동구가 부럽다고 말했다.
동사무소 앞에 급식소가 놓였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죠. 주민센터를 오가는 주민들에게 ‘우리 구에서 이런 걸 하는구나’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길고양이들이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임을 깨닫게 하는 거죠. 고양이에 미친 여자들이 밥 준다는 편견을 거두고 ‘세금이 이렇게도 쓰일 수 있구나’ 생각한다면
길고양이와 캣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는 데도 도움이 될 거예요.”
11일 사위가 어스름해질 무렵이던 저녁 6시50분 강동구 고덕2동 주민센터를 찾았다. 여름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새벽부터 찾아 헤맨 길고양이는 쉽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골목을 돌아 주민센터 앞으로 들어가는 길, 그 자리에 발이 묶였다.
급식소 앞에 웅크려 앉은 온몸이 하얀 고양이의 뒷모습 때문이었다.
급식소에 코를 박고 고갯짓을 두어번 하던 고양이가 별안간 뒤를 돌아봤다. 눈이 마주쳤다. 사람의 사랑을, 관심을 갈구하는 눈빛이 아니었다.
무심하게 쳐다보는 서늘한, 그러나 신비로운 눈빛.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
밥을 먹고 주변을 경계하기를 서너번 더 반복하던 고양이는 비닐봉지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자 왼쪽 수풀로 빠르게 도망쳤다.
꼬리 윗부분의 털이 다 빠진 고양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얀 고양이가 또 나타났다. 다른 놈이었다. 꼬리 전체에 털이 수북한 고양이였다. 그 고양이 역시 사료를 먹고 경계하고, 다시 먹고 경계했다.
카메라 렌즈를 보고도 도망가지 않던 녀석은 한참 동안 사료에 얼굴을 묻었다.
6일 저녁에 본 검정 점박이와 이날 하얀 고양이가 가고 난 뒤 나타난 몸집이 조금 작은 노랑 고양이까지 모두 4마리가 고덕2동 주민센터의 급식소를 이용했다.
고덕2동 주민센터 급식소를 관리하는 유순례(53)씨에게 동네 길고양이에 대해 물었다.
유씨는 80대 할머니 두분을 포함해 고덕2동에만 캣맘이 5명 이상이라며 동네 고양이들을 대신해 답했다.
“5~6년 전에 집고양이였던 하얀 고양이가 버려져서 길고양이가 됐어요. 그 아이가 번식을 많이 해서 그런지 고덕2동에는 하양이가 많아요.”
자신의 가족사에 대해 아는지 모르는지 하양이는 급식소 주변을 한동안 배회했다.
허리를 타고 내려오는 은근한 곡선처럼 유연하고, 숨 막힐 듯 쏘아보는 눈빛처럼 도도한 몸놀림에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보도블록에 빗방울이 튀듯 경쾌한 걸음걸이였다. 치열한 길거리 생활 따위 신경쓰지 않는 듯 당당하고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최우리 남종영 기자 ecowoori@hani.co.kr
■ 길고양이와 함께 사는 법
캣맘들은 안다, 수컷 두목이 누구인지를
길고양이(feral cat)는 길을 잃은 고양이가 아니다. 길에서 사는 고양이다. 길 잃은 유기고양이(stray cat)는 유기동물 보호소로 구조돼,정해진 기간 안에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된다. 반면 길고양이는 역사적으로 인간 주변에 자유롭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동물이다.
국내 법률도 길고양이에게 새로운 법적 정의를 내렸다. 지난해 개정된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은 길고양이를
“도심지나 주택가에서 자연적으로 번식해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고양이”이자, “개체 수 조절을 위해 중성화하여 포획 장소에 방사하는 조치 대상”으로 규정했다.
도시 생태계에서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존재로 길고양이를 인정한 것이다.
TNR로 개체수 28% 줄어든 샌프란시스코
길고양이는 없앤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진공 효과’ 때문이다. 길고양이는 특정 영역을 몇 마리가 공유하는 식으로 살아간다.따라서 한 지역의 길고양이를 모두 퇴치한다고 하더라도, 이웃의 길고양이가 들어와 처음과 같은 밀도가 될 때까지 번식한다.
따라서 길고양이를 유기 개체로 보고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안락사시키더라도 개체 수는 쉽사리 줄어들지 않는다.
이 때문에 1990년대 들어 유럽과 미국에서는 티엔아르(TNR)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길고양이를 포획(Trap)해 중성화(불임수술·Neuter)시킨 뒤 제자리에 방사(Return)한다.
어차피 길고양이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생태적 경험에서 나온 지혜다.
티엔아르를 지속적으로 시행하면 길고양이가 줄어든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1993~99년 개체 수를 28% 줄였고, 샌디에이고도 안락사를 40%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장기적으로 개체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그때마다 길고양이를 퇴치하는 방식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
중성화 수술을 받은 고양이는 특유의 발정음이 줄어드는 이점도 있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초반 경기도 과천, 수원 등에서 티엔아르를 도입한 이래 최근에는 전국 주요 도시로 확대됐다.
서울시는 2007년 ‘도심 속 길고양이 관리계획’을 세우고 포획 뒤 유기동물 보호소에 보내는 기존의 방식 대신 티엔아르를 길고양이 정책으로 삼았다.
2008년부터 매년 5000마리 안팎의 길고양이들이 불임수술을 받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시골을 제외한 도시 지자체에서 티엔아르를 한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티엔아르 사업이 정작 큰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 또한 있다.
첫째,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이라는 목적 아래 티엔아르가 체계적으로 시행되지 않고, 단순히 민원 해결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기 때문이다.
대다수 지자체에서는 길고양이 울음소리 등 민원이 제기되면 티엔아르를 시행한다.
① 민원인의 신고 ② 포획인이 신고 지역에 통덫 설치 ③ 포획 뒤 동물병원에서 불임수술 ④ 제자리 방사 등의 단계를 거친다.
서울시 동물보호과 관계자는 “전체 길고양이의 70~80% 이상에 대해 중성화 수술을 단기간에 마치고 매년 15%씩 수술을 진행해야 개체 수 감소 효과가 나타난다.
예산과 인력의 한계 때문에 사실상 이렇게 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둘째, 길고양이들이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티엔아르는 민간업체에 위탁해 진행되는데, 일부 업체는 할당 마릿수를 채우기 위해 마구잡이로 길고양이를 잡아들여 심심찮게 문제가 됐다.
번식 능력이 없는 어린 고양이를 잡아 중성화 수술을 시킨다거나, 중성화 수술 뒤 다른 지역에 방사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길고양이는 적응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는다.
2011년 10월 농림수산식품부(현 농림축산식품부)가 낸 ‘유기동물 보호·관리 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한 동물보호소에서 중성화 수술이 되어 입소된 암컷 61마리 가운데 10마리에서 자궁내막증식증이 확인되는 등 사후관리도 잘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둑’고양이가 아니라 ‘독립’고양이
정부 담당자와 전문가들은 서울시 강동구의 ‘길고양이 급식소’ 실험을 하나의 대안으로 본다.티엔아르의 사전·사후 관리를 위해 지자체와 캣맘(캣대디)이 협력한 사례라는 점에서다. 서울시 동물보호과 관계자가 13일 말했다.
서울시 예산으로 길고양이 70~80%를 한꺼번에 불임수술을 시키는 건 불가능합니다. 적은 예산으로 가장 효과적으로 티엔아르 효과를 누리기 위해선
각 지역에서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캣맘들의 정보가 필요합니다. 이분들은 번식력이 우수한 수컷 우두머리가 누구인지 누구보다 잘 알거든요.”
동물보호단체 ‘카라’가 외국 연구를 조사한 자료를 보면, 길고양이 암컷은 일년에 평균 1.4회 출산을 하고 한번에 1~6마리(평균 3마리)를 낳는다.
새끼의 75%는 병균 감염 등으로 죽는다. 강한 수컷은 넓은 영역을 가지고 짝짓기 가능성을 높인다. 암컷이 여러 수컷과 짝짓기 하는 일은 드물다.
서울에서 한해 5000마리에게 불임수술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길고양이 개체 수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불임수술 횟수가 턱없이 적은 이유도 있지만
통덫에 걸리는 고양이 대부분이 번식 능력이 적은 약한 고양이기 때문이다.
번식 능력이 우수한 힘센 고양이들은 먹을 게 많기 때문에 통덫에 들어가는 ‘모험’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캣맘들은 올해 어떤 길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는지, 어떤 길고양이가 우두머리인지 알 정도로 주변 고양이들에 밝다.
이들의 지식을 활용해 강한 고양이를 선별해 수술을 시행하면 티엔아르 사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서울시의 생각이다.
서울시는 8월까지 새로운 ‘길고양이 관리지침’을 제정할 예정이다.
서울시에서 활동하는 ‘캣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각 구청은 캣맘 정보를 이용해 티엔아르를 시행하도록 하려고 한다.
민원 해소용으로 사업을 국한시키지 않고, 번식능력이 우수한 고양이에게 먼저 중성화 수술을 시행함으로써 개체 수 조절의 성공률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캣맘이 정기적으로 먹이를 주면 몇 가지 이점이 있다. 길고양이가 사람을 적이 아닌 존재로 인식하면서 성격이 순해진다.
동네의 길고양이가 느리고 친근하다면 분명 누군가가 밥을 주고 있다는 뜻이다. 사람에 놀란 고양이가 뛰쳐나가는 등의 사례가 줄고
쓰레기봉투를 훼손하는 일도 적어진다.
길고양이 블로거 고경원씨는 “강동구가 주민센터 앞에 급식소를 설치한 것은 정부가 길고양이와 인간이 공존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며
“길고양이가 보호 대상이라는 점을 공인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도 길고양이 문제를 주민 참여 방식으로 풀고 있다. 고양시는 2011년 8월부터 캣맘들과 티엔아르 사업을 함께 하고 있다.
200명 안팎이 활동하는 고양시캣맘협의회는 자신의 동네에서 밥을 주면서, 중성화 대상 고양이 선정과 방사 등에 관여한다.
다만 강동구와 달리 고양이 밥은 자신이 정한 장소에 별도로 준다.
고양시는 동물 보호에 선진적인 지자체로 인식되고 있다. 고양시는 매주 주말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고양시 유기동물 거리입양 캠페인’을 벌인다.
한성준 고양시 동물방역팀 계장은 “일년에 두 차례 쉬는 날을 빼곤 매주 10마리 이상 유기동물이 입양된다.
고양시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안락사되는 동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길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길고양이 문제의 가장 큰 문제는 길고양이가 아니라 주민 사이의 갈등이라고
지자체 담당자들은 입을 모은다. 때로는 양쪽의 감정 다툼이 폭력 사태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7월 길고양이에게 밥을 줬다는 이유로 이웃 주민을 음식물 쓰레기통에 거꾸로 처박아 전치 4주의 상해를 입힌 ‘인천 캣맘 폭행사건’이 대표적이다.
고양시에서조차도 최근 한 아파트 주민들이 주거환경을 해친다며 ‘길고양이 밥 주기’를 반대하고 나서면서 서명운동과 집회가 열리는 등
주민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길고양이 밥 주기는 불법이 아니지만 정부의 권장 사항도 아니다.
한성준 계장은 “티엔아르 이후의 밥 주기 등 사후관리에 대한 법제화가 필요하다. 기준이 없다보니 주민들 사이의 갈등이 커진다”고 말했다.
올해 10월 ‘티엔아르에 관한 고시’를 확정할 예정인 농림축산식품부도 길고양이 밥 주기에 대해서는 유보적이다.
방역총괄과의 정지원 주무관은 “정부가 ‘고양이 밥 주기’ 권장을 법제화시키기에는 아직 이르다.
티엔아르는 정부가 하는 게 맞지만, 밥 주기는 민간에서 하는 게 바람직하다.
지자체가 주도해 (찬반) 주민들과 대화와 협의로 해결하는 게 이상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원씨는 ‘고양이는 생명이니까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적인 접근보다는 주민들과 합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캣맘들이 너무 드러내놓고 밥을 주면서 갈등이 심화되는 경우가 있어요. 우선 이웃에게 암묵적인 동의나 양해를 구하고 점차 합의를 이뤄나가는 게 중요해요.”
법적으로 길고양이는 도시 생태계의 일원으로 인정받았다.
길고양이를 여전히 도둑고양이로 부르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반려동물처럼 끔찍이 여기는 사람도 있다.
길고양이는 자생적으로 사는 ‘독립 고양이’다. 새로 들어온 손님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서울시 강동구와 경기 고양시가 시험대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