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도 울고웃는 법륜스님 즉문즉설
법륜 스님의 지구촌 즉문즉설 100강.
청중은 고민에 대한 법륜 스님의 말을 듣는 도중 ‘같은 사건을 전혀 다르게 보게 되는’ 관점의 변화를 체험하곤 했다.
법륜 스님이 지난 8월25일부터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시작으로 ‘세계 100회 강연’을 시작했다.
모든 강연은 현지 동포나 외국인들이 스스로 강연장을 빌리고 행사를 준비한다. 그렇게 자발적으로 강연을 준비해 법륜 스님을 초청한 곳이 무려 115곳.
법륜 스님은 오는 12월18일까지 115일 동안 115개 도시에서 강연한다. 나라와 도시를 이동하며 평균 하루 한 도시에서 3시간씩 강연을 하는 살인적인 일정이다.
더구나 가장 값싼 비행기와 숙소를 이용하며 강행군을 하는 스타일로 법륜 스님의 건강 상태가 한때 악화돼 일정이 전면 중단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그러나 법륜 스님은 유럽과 러시아, 캐나다를 거쳐 11일 81번째로 미국 서부 베이커스필드에서 강연했다. 불가능할 듯해 보이는 일정의 중반을 훌쩍 넘겼다.
강연장으로는 미국의 구글 캠퍼스와 대학, 성당, 교회 등 다양한 장소가 망라돼 있다. 대부분의 도시에선 한국 교민들이 주축이 돼 강연회를 열었으나,
프린스턴대 등 일곱 군데에선 외국인들이 초청했다.
베스트셀러인 <인생수업> 등의 저서와 120만이 보는 ‘법륜 스님의 희망편지’ 카카오스토리를 통해서만 접했던 청중들은 직접 법륜 스님을 만나 질문을 하고 문답을
지켜보는 과정에서 오랫동안 고통받아온 자신의 삶의 문제가 해소되는 체험을 했다. 교민들도 개신교, 가톨릭, 불교, 무종교 할 것 없이 다양하게 자발적으로 이렇게
많은 수가 모인 것은 처음이라며 놀라워했다.
“이 자리는 야단법석이에요. 울고 싶으면 울고, 웃고 싶으면 웃으면 됩니다. 스님한테 이런 것까지 물어도 되나, 이런 걱정 말고 뭐든 대화할 수 있어요.
정답 찾기가 아니에요. 인생엔 정답이 없어요. 그냥 대화를 하는 겁니다.”
8월부터 연말까지 115일간 세계 115개 도시 이동하며 한 도시에서 3시간 강연 강행군 부부와 부모자식, 직장동료 갈등 등 현지주민들의 솔직한 삶의 고민에
“인생은 정답 없어요 남을 고치려 하지 말고 내가 스트레스 덜 받아야 행복” 법륜 스님이 이렇게 말문을 열면 주저하던 사람들이 너도나도 질문에 나섰다.
그러나 모두가 질문을 할 수는 없다. 평균 5~9명이 질문을 한다.
고국을 떠나 이역만리 타향에 사는 이들도 부부, 부모와 자식, 고부, 직장 상사 및 동료와의 갈등 관계에서 오는 고통을 호소했다.
지난달 28일 미국 콜럼버스에서 열린 강연회에선 22개월 된 딸을 둔 여성이 ‘학교에서 공부도 해야 하는데 남편이 가사일을 잘 도와주지 않아 힘이 들고 영어 수업을
듣는 스트레스가 크다’며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하느냐’고 물었다. 심각한 물음에 스님이 “한국에 돌아가면 되지요”라고 말하자 청중은 웃음을 터뜨렸다.
질문자는 “어차피 1년 뒤면 돌아갈 것이니 그때까지는 버티며 소중한 기회를 살리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법륜 스님은 “설악산 정상에 올라가고도 싶고, 힘도 안 드는 그런 방법은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남편이 좀 가부장적이어도 인물이 반반하든지, 돈이 많든지, 학벌이 좋든지, 직장이 좀 괜찮든지 해서 결혼했을 것 아니냐. 살림 도와달라고 결혼한 것이었느냐.
남편이 안 도와준다지만 한 달만 남편이 한국으로 돌아가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혼자만 있으면 밤에 무서울 텐데 남편이 있어 안심이 되지, 차 운전도 해주지,
여기 강연에 올 수 있는 것도 지금 남편이 아이 봐주기 때문에 가능한 것 아니냐. 이렇게 남편을 많이 이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 경호원이나 운전수도 잘 먹어야 하는데,
그런 남편에게도 밥을 해 먹이는 건 당연하다.” 스님이 답변하는 중에 질문자의 여동생이 “객관적으로 보면 사실 형부가 언니에게 잘해준다”고 말했다.
그러자 법륜 스님은 “남편은 100을 해줘도 내가 150을 원하면 불만이 생긴다. 그러나 내가 50을 원하면 남편은 굉장히 잘해주는 사람이 된다”고 말했다.
“‘내가 너 때문에 이 고생을 한다. 내가 희생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불만이 커진다. 그러니 가볍게 생각하라. ‘남편 따라 미국 구경도 하고 거기다가 공부할 기회까지
얻었구나’라고. 불만을 참기만 해도 터지니 ‘당신한테 고맙지만 학교 다니고 아이까지 돌보려니 힘들다’고 마음을 솔직히 털어놓는 건 좋다.
그러나 불평불만으로 얘기하지는 말라. 당신이나 남편이나 고만고만한 사람들이다. 우리 인간들은 다 그렇다.
그러니 상대를 너무 위대하게 보아 다 해줄 것으로 기대하지 말라.” 답변이 끝난 뒤 질문자가 “고맙다”고 하자, 스님은 “아마 남편을 보면 또 생각대로 잘 안될 것”
이라고 말했다. 청중은 ‘와~’ 하며 박장대소를 하고, 질문자가 구름이 걷힌 듯 밝게 웃었다.
*115일 동안 전세계 115개 도시에서 즉문즉설을 진행중인 법륜 스님.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탈리아 밀라노, 아일랜드 더블린, 터키 이스탄불,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모습. 사진 정토회 제공
이틀 뒤 세인트루이스의 강연에선 한 여교수가 “12살이나 많은 남자 교수가 경쟁하려 들며, 여기서 하는 말 다르고 저기서 하는 말 달라 늘 속을 긁어놓는다”고 고백했다. 스님은 “여기서 하는 말 다르고 저기서 하는 말 다르고, 똥 누러 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른 것은 그 사람뿐만이 아니라 사람이 원래 그런 것”
이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사람들의 행동에 너무 민감하게 대응하면 상대가 아닌 내 속이 긁히게 된다. 여기와 저기서 말이 다르면 ‘그렇구나’ 하고
이해하면 된다. 민감하게 받아들여 자기가 자기 속을 긁고는 남이 긁었다고 하는 거다. 그런 사람을 문제삼게 되면, 그 사람이 사라져봐라.
또 다른 사람이 속 긁는다고 한다. 그는 나와 다를 뿐 나쁜 사람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또 법륜 스님은 “이 세상엔 마음에 드는 사람도 있고, 안 드는 사람도 있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온갖 사람이 있는데,
이런 사람을 두루 사귀면 백명도 사귈 수 있지만 모든 게 마음에 드는 사람만 사귀려면 한명도 사귀기 어렵다”며 “스스로가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함부르크에선 세월호에 대한 한 동포 화가의 질문도 나왔다. 세월호 참사 이후 마음이 괴로워 하던 일도 멈추고 멍해지고 아직도 회복이 안 되는데 이 괴로움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륜 스님은 세월호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위해 정토회에서 140만명의 국민서명을 받아 유족들에게
전달한 사실을 소개하며 “지난 50년간 압축성장의 부작용이 드러나 성장보다는 안전과 분배의 투명성을 더 중요시해야 하고, 물질보다는 생명을 중시하게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데 패턴이 바뀌지가 않아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안타까운 공감을 먼저 표시하며 이렇게 제안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유럽에서 질문한 사람 중에는 국적을 포기하겠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비겁하다고 말해주었다. 우리 교민들이 참 가슴 아프고 힘들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우리가 노력해서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누가 변화시켜 주는가. 누구보고 욕하고 손가락질만 하지 우리는 늘 자기는
책임에서 빠져버린다는 게 문제다. 내가 먼저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열심히 그림 한 장이라도 더 그리고 더 팔아서 성금이라도 보내야 변화가 일어난다.
충격을 받으면 일시적으로 좌절하거나 분노할 수는 있는데, 그걸로 변화되지 않는다. 그러니 울고 있을 시간에 청와대에 편지 하나 더 보내고 정치인들에게 메일 하나
더 보내 패턴의 변화를 가져오게 해야 한다. 막 죽일 놈이라고 욕하기만 하면 이것이 또다른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침묵하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에너지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주면 좋겠다.”
법륜 스님과 청중의 질의응답 속에서 터져나온 웃음과 울음에 얼음장 같은 고민이 눈송이처럼 녹고, 세상 변화에 대한 의지가 샘솟는 현장이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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